[행복한 달리기] 부상없이 달리기 위한 8가지 안전수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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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기에 다스려라

병도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후유증없이 치료할 수 있듯이 달리기 부상도 마찬가지다. 아픔을 무릅쓰고 달리다가 부상이 진행되어 치료를 하면 기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 왜 알면서도 계속 참고 달리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마라톤에 숨겨진 함정 때문이 아닐까? 흔히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한계에 도전하여 극복하는 운동이라 한다.일면 맞는 말이다. 어려움을 견뎌내고 극복했을 때 더욱 커다란 자기만족을 얻는다는데 필자 또한 동의한다. 필자 역시 손쉽게 얻는 것에 관심이 없으니까.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계에 도전하는 것도 다 몸에 문제가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부상은 곤란함을 보다 멋지게 극복하는 길에 방해만 될 뿐이다. 부상없이 어려움을 즐겁고 멋지게 극복하려면 초기에 다스려라.그리고 몸과 마음을 늘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라.

2. 전문가와 친해라

트레이닝을 위해선 트레이너와, 달리기 부상이 있을 때는 달리는 의사들과 상담하라.달리기 부상은 달리면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많이 겪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마라톤을 완주하지 않은 의사들은 당연히 달리지 말라는 조언밖에 할 수가 없을 것이다.달리는 의사들은 원인을 찾고 상태를 분석하여 달릴 것인지, 쉴 것인지를 조언해줄 것이다.그러기 위해서 달리는 의사들은 더욱 열심히 달려야 한다. 달리기 부상은 달리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몸으로 겪으며 의학적 토대에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부상을 겪지않고 달리면 더욱 좋고 설혹 부상을 당한다 하더라도 주위에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으며 부상에서 보다 탈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자의 말은 가려서 들어라. 다른 사람이 경험했다고 자신이 같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부상을 당해도 누구는 한 몇 달 푹 쉬어야 한다고 하고,또 다른 사람은 조금씩이라도 자꾸 뛰어야 한다는 등 혼란스러울 것이다.그것은 병명이 같아도 정도는 다 다르기 때문이며 각자의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는 전문가를 찾아가라. 달리는 의사들이 도와줄 것이다.

3. 자신에게 맞게 달리자

자신의 몸에 맞게 달리자. 사람은 다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이 있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래 달려도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 있다. 능력의 다름을 인정하자. 필자는 2001년 동아마라톤 하프에서 2시간15분을 기록,동호회에 올려진 기록중에서 꼴찌를 한 바 있는데 이 기록을 올린 분이 필자에게 미안함을 표시했지만 전혀 개의치 마시라고 한 바 있다. 필자는 학창시절부터 달리기와 멀게 지냈고 당시는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하는 시기였기에 느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후에 꾸준히 자신에게 맞게 달려왔다는 사실이다.지금도 빠르지는 않지만 많은 풀코스 대회와 100km 울트라 마라톤도 여러번 달리는 매니아가 됐으니까.

4. 스트레칭을 생활화하자

달리기를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스트레칭을 생활화했던 필자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외래에서 많은 달림이들을 진료하고 상담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달리기에 주력하느라 스트레칭을 소홀히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더라도 비효율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달리기전에는 비교적 잘 하더라도 달리고 난 후엔 소홀하기 쉬우며, 특히 고강도 훈련인 대회 후에는 더욱 열심히 해주어야 하는데 대회 후의 후련하고 들뜬 기분으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스트레칭은 물건너가기 쉽상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스트레칭이 생활화해야 된다.필자는 근무시간에 짬짬이는 물론 출퇴근 시간도 잘 활용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3분도 스트레칭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5. 훈련이 기록을 지배한다

달리기는 본질적으로 기록경기이고 기록경기에서 기록을 중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기록만을 추구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상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반대로 부상을 두려워 하여 느리게 달리는 것도 달리기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달리기는 또한 본질적으로

즐거운 운동이다. 달리기는 즐겨져야 하는 운동이다. 느리게 달린다고 펀런(fun run)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달리면서 기록도 단축할 수 있을까?

즐기면서도 기록 단축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달리기에 대한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열심히 달리고 훈련하는 것,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축되는 기록,그것이 부상없이 기록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달리기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는 정직한 운동임을 잊지 않는다면 이를 이해하기어렵지않다. 제대로된 훈련을 열심히 하면 어떤 대회에서 기록이 나빠도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훈련한 거 어디 안간다. 그러기에 훈련을 열심히 한 경우에는 오히려 기록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기록에 연연해하지 않으니 기록으로부터 자유롭고, 열심히 한 훈련으로 자신도 모르게 기록이 단축되니 기록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기록을 다스리며 달리는 마라톤,

기록을 추구하면서도 기록으로부터 자유로운 멋진 달리기가 될 것이다.

6. 과훈련은 아닌지 때때로 되돌아보자

열심히 달리고 훈련하다 보면 자신을 놓칠 때가 있다. 그것은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이다.때때로 자신을 되돌아 보자. 이유없이 생활이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면 과훈련이다.평상시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면 자신을 되돌아 보자.요즘 내가 너무 많이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내 할 일을 다 못하고 지내는 건 아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한다면 달리기에서의 기록이 무얼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우린 마스터스다.

7. 멈출 수 있어야 달릴 수 있다.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은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단련이 잘 되어있고 능력이 뛰어난 주자라 하더라도 적절한 휴식이 없이는 잘 달릴 수 없다. 달리다가 날카로운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라.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더라도 반드시 멈춰라. 그리고 심장 전문의 등 전문가를 찾아라.

그것은 비록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문제는 늘 정상 정복 직전에 나타난다. 조금만,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될 거 같아도 과감히 멈춰야 한다.기록 단축은 다음에 해도 가능하지만 부상을 당하면 달리기도 어렵게 된다. 달리지 못하게 되서야 달릴 수 있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겠는가.

8. 휴식같은 친구, 마라톤

요즘 달리기 붐에 맞춰 많은 대회가 열린다. 필자는 대회에 참가하길 좋아한다.달리기도 좋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싶어함이다. 그래서 필자는 반환점이 많은 대회를 좋아한다, 많은 주자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저 말하지 않아도, 아주 잠시 스쳐가도, 열심히 건강하게 달리고 있는 그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편해지며 평화를 느낀다. 대회에 나와서 달릴 수 있음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강함의 또 다른 웅변이다. 일을 해야하는 생활인으로서 한 주간 열심히 일하다 주말엔 대회에 참가하여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마라톤도 좋은 취미생활이 아닐런지,마라톤은 우리에게 싸워야할 전투가 아닌 편안한 휴식같은 친구이다.이들을 잊지 않는다면 부상없이 오래도록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달리는 의사들 김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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