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밀가루 값 4%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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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8월 초부터 밀가루에 대한 수입 관세가 없어진다. 외국 밀가루가 지금보다 4%가량 싸게 수입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분업체도 밀가루 값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라면·빵 가격은 인하되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9일 밀가루를 비롯한 41개 품목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은 최근 가격이 많이 뛴 농산물·사료와 공업용 원자재다. 현재 3%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종자용 호밀과 사료용 귀리도 관세가 없어진다. 알루미늄괴(현행 관세 1%)와 저밀도 폴리에틸렌(4%)·견사(8%)·면사(4%)도 관세가 없어진다. 가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중밀도 섬유판(MDF)은 관세가 8%에서 5%로 낮아진다.

이번 관세 인하 조치는 일단 연말까지만 시행된다. 김종열 재정부 산업관세과장은 “관세 인하로 인해 수입업체의 비용 부담이 약 1500억원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수입 밀가루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서 국내 제분업체도 밀가루 값 인하를 서두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 값을 10% 이상 내려 수입 밀가루 수준에 맞출 계획이다. 지금도 수입 밀가루가 국내 제품보다 5~6% 싼데 관세가 없어지면 가격 차이가 10%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동아제분은 최근 밀가루 값을 8~10% 내렸다. 국내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수입 밀가루는 제빵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라면·제빵업체는 수입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관세 인하 폭이 그동안 밀가루 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미미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또 사료용 곡물과 공업용 원자재의 관세가 없어지면서 가격 인상 압력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합성수지인 저밀도 폴리에틸렌의 경우 지금도 국내 제품이 수입 제품보다 가격이 싸다.

일부에선 갑작스러운 정부의 관세 인하에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제분업체 관계자는 “물가를 낮추려는 노력은 알겠지만 수입 관세를 갑자기 없애면 국내업체가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제품을 생산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영훈·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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