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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약탈은 슬픈 과거,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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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11면

-24일 광주에서 개막한 유네스코 동아시아 어린이예술제에 참석하고, 강연도 하며 다양한 방한 일정을 소화한 걸로 알고 있다. 한국에 와서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유네스코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빈부격차 확대, 종교 분쟁 같은 도전은 문화적 다양성을 활성화함으로써 해소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몽골·한국·북한·일본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어린이예술제도 같은 취지의 행사다. 이번 행사에 북한이 참여하지 않아 아쉽다.”

‘세계 교육·문화 대통령’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

-서구인이 독식해 온 유네스코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사무총장에 올랐다. 지난 8년을 평가하면.
“괄목한 만한 변화가 있었다. 자부심을 갖고 얘기할 수 있다. 80~90년대 유네스코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지금은 유네스코가 일하는 스타일이 변했다. 유네스코는 토론하고 숙고하고, 결정한 뒤 실행에 옮긴다. 신뢰 회복의 확실한 증거는 84년 유네스코를 탈퇴한 미국이 2003년 복귀하고, 85년 떠났던 싱가포르가 지난해 돌아온 데서 확인된다.”

-총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사업이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고등교육·전문교육에서의 교류 증진이다. 특히 고등교육기관 간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대학생들에게 국경에 구애됨 없는 교육이 보장돼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협력 아래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둘째는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문제다. 현재 전 세계에서 7500만 명의 어린이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동남아, 사하라 이남 국가의 어린이다. 7억7400만 명의 어른도 문맹인데, 역시 이 지역 사람이 대부분이다. 2016년까지 모든 어린이가 적어도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더디지만 진전은 있다. 이 사업에는 한국 정부도 협력하고 있다.”

-11월 유네스코 산하 ‘불법 소유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 간 위원회(ICPRCP)’ 30주년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불법 소유 문화재 반환에 대한 유네스코 입장이 뭔가.
“과거 많은 문화재가 약탈되거나 불법 유출되는 슬픈 사건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문화재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하고 그렇게 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70년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이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고, 95년 전쟁으로 인한 약탈 유실 문화재는 시한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한 ‘약탈 불법 수출 문화재에 관한 협약’도 발효됐지만 소급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이 회의가 중요하다.”

-원칙만을 계속 얘기하는 것 외에 방법은 없는가.
“2005년 이탈리아 정부는 30년대 무솔리니 파시스트 시절 에티오피아에서 약탈한 고대 오벨리스크를 반환했다. 오벨리스크가 에티오피아를 떠난 지 67년 만의 일이다. 노력이 결실을 본 대표적 케이스다. 안타깝게도 아주 드문 성공 사례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들고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놓고 프랑스와 한국의 갈등이
있다.
“양국 간 협상이 우선이다. 유네스코는 평화적으로 양자가 먼저 해결할 것을 권한다. 법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최근 조선 왕릉과 서해안 일대 백악기 공룡 해변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전망은 어떤가.
“현재까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문화재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8건이다. 새롭게 신청한 문화재 실사를 위해 내년 6월 문화유산위원회 측이 방한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확신시킬 수 있는 서류를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등재를 원하는 회원국들을 돕지만, 주로 저개발 국가를 위주로 한다. 한국은 이미 전문적 기술·지식을 갖춘 나라다.”

-북한 역시 고구려 문화유적의 등재에 힘쓰는 등 유네스코를 통한 문화재 보존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와 달리 북한은 유네스코와의 협력에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 2000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고구려 고분을 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권유했다. 북한 측이 신청했지만 그해엔 실패했다. 이후 문화유산위원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서류를 준비할 것을 권유했고 마침내 2004년 등재에 성공했다.”

-한국 정치권에서 독도를 문화유산에 등재하자는 안을 냈는데.
“미안하지만 그 문제는 완전하게 한·일 양국 간 이슈이기 때문에 코멘트할 수가 없다.”

-이달 초 유네스코가 캄보디아가 신청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사원을 놓고 영토 분쟁을 한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토 분쟁이 있는 경우 유네스코는 어떻게 하나.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할 때 영토 이슈에 개입되는 것을 피한다. 영토에 대한 판정을 하는 것도 아니다. 62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캄보디아의 영토로 판결했다. 두 나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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