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명 석방 협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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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한국인 5명이 납치된 사실이 22일 밝혀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14일 미국 텍사스주와 인접한 멕시코 북부의 국경도시 레이노사에서 중고차 매매 등을 위해 현지를 방문했던 한국인들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 사실은 피랍자 중 한 명이 국내에 있는 여동생에게 연락을 했고, 여동생이 21일 외교부 영사콜센터를 통해 알리면서 확인됐다.

피랍자들은 사업을 위해 2년 전 멕시코를 찾았던 박모씨와 지난해 취업차 멕시코에 간 이모씨 등 남성 4명과 여성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범들은 피랍자들을 가옥에 구금한 뒤 몸값 3만 달러를 주면 풀어주겠다며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와 이씨 등 두 명은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과의 전화 통화로 신원이 확인됐지만 다른 세 명과의 통화는 납치범들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몸값을 요구하고 있는 정황 등으로 볼 때 정치적 목적이 아닌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하는 한편 멕시코 정부와 피랍 지역의 경찰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섯 명의 신변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담당 영사가 협상을 위해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레이노사에 급파됐다”고 말했다. 멕시코 북부 지역은 마약 조직 간 세력 다툼이 심해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경찰이 많아 멕시코에선 금품 등을 노린 납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피랍 경위에 대해서도 경찰을 사칭한 괴한이 총기로 위협해 납치했다는 설과 함께 경찰이 이들의 신원 확인을 하면서 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납치범에게 넘겼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피랍 사건을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빠른 시간 내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채병건·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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