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희 서울경찰청장 갑작스러운 교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찰청은 22일 한진희(57)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경찰대학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석기(54·사진) 경찰청 차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임재식(53) 경찰대학장은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됐다. 이들은 모두 3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임명 4개월여 만에 교체 인사는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특히 한진희 서울청장의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한 청장은 촛불 시위의 ‘주무대’인 서울의 경비 총책임자였다.

최광화 경찰청 대변인은 이날 “한 청장은 두 달여 지속된 촛불집회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라며 스스로 보직 변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로 연령 정년(58세)을 맞는 본인의 입장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 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7월 초부터 촛불시위가 정리되면 바뀌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전달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졌다는 시각이 있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것이다. 한 경찰청 간부는 “서울청의 집회 대응에 대해 어청수 청장은 물론 청와대의 불만이 높았다”고 전했다. ▶‘여대생 군홧발’ 사건처럼 시위대와 불필요한 마찰을 빚었고 ▶소규모 시위대의 도로 점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으며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 시위를 선동한 이들의 검거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경찰총수 사퇴 요구와 어수선한 경찰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한 청장을 경질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상 어청수 경찰청장 대신 한진희 서울청장이 총대를 멘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