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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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바닷가 바위에 전복 캐는 젊은 해녀가 앉아있다.갸름한 얼굴의미인이다.몸에 걸친 것이라곤 허리에 두른 빨간 천 한 장 뿐이다.한쪽 무릎을 세워 책상다리 한 사이로 음부가 살짝 드러나 보인다. 여인은 수줍은듯 바닷물속을 내려다보고 있다.얕은 물바닥에서는 「갓파(河童.かっぱ)」라는 괴물 두 마리가 한 해녀를범하고 있다.
갓파란 수륙양생(水陸兩生)의 상상(想像)동물이다.얼굴은 호랑이 비슷하고 새 주둥이.오리발.비늘 덮인 몸을 지녔다.머리꼭지는 접시처럼 납작한데 항상 물이 괴어 있다.이 접시에 물이 괴어 있는 한 갓파는 괴력(怪力)을 발휘하지만 물이 마르면 꼼짝못한다.흔히 다른 동물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그 피를 마신다고도 한다.
한 갓파의 거대한 양근이 젖혀진 단혈에 닿아 있고,또 하나의갓파는 여인의 얼굴을 움켜 쥐어 입 맞추려 애쓴다.해초와 자잘한 물고기떼가 셋이 한 덩이로 엉킨 모습을 적당히 가려 주고 있어 크게 음난한 그림새는 아니다.
바위에 앉은 해녀와 바닷물속의 해녀는 한 얼굴 한 몸매다.어쩌면 분신인지도 모를 일이었다.늑탈에 대한 공포심과 성행위에 대한 젊은 여인의 호기심.이 상반된 심리의 안팎을 잘 그려낸 기발한 착상의 그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마).1745년생,1806년 사(死)」란 패가 그림 밑에 붙어 있었다.예순 하나에 죽은 셈이다.우타마로는 미인도의 대가였다고 이자벨은 설명했다.일본인 미술평론가 중엔 이 우타마로와 도슈사이 샤라쿠(東洲齋 寫樂)는 동일 인물이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으나 두 사람의 필법과 기력(氣力)은 아주 딴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46세 때부터 춘화를 왕성히 그리기 시작,49세 때까지수많은 작품을 남겨 「춘화가(春畵家)」로서의 이름을 날렸다.
그중에서도 『해녀』는 특히 손꼽히는 걸작이라고 이자벨은 말했다. 노골적인 다른 춘화보다 이 은근한 채색의 성애도(性愛圖)가 아리영을 묘하게 도발했다.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뒤척였다.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머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셨다.몸살이 난 것인가.
그러면서 그녀의 은밀한 곳은 부풀어 술렁이었다.괴로웠다.
샤워라도 하면 좀 진정이 될까 하여 욕실에 들어갔다.아까 세수할 땐 몰랐는데 타일 바닥에 한자 사방 크기의 거울이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욕실 바닥에 거울이 왜 박혀 있는 것일까.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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