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선거자금 후원회 조직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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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이 돈가뭄을 겪고 있다.선거철마다의 상습 엄살이라고 하기엔 목소리가 절박하다.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는 5일 관훈토론에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돈싸들고 온 적이 있지만 요새는 누가 돈 주나.정치하기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정계은퇴해 있을 때도야당 대변인실에 월 5백만원씩 지원해 오던 김대 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최근 이 지원을 끊었다고 한다.
각당과 후보는 이에따라 다양한 자금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야당에 가장 손쉬운 건 「특별당비」를 내는 재력가에게 전국구의원직등을 보장해주는 방안이다.이른바「전국구(錢國區)」다.
국민회의는 지역구 공천발표 뒤 「돈 공천」논란에 휘말리고 있다.특히 전남의 K의원등이 지역구 공천에서 살아남으면서 이런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이동원(李東元)후원회장등 전국구 상위순번에 거명되는 몇몇 지도급 인사들은 당의 어려운 사 정을 감안,특별당비 납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민련은 전국구 물망에 오르던 이필선(李必善)부총재가 이달초일거에 5천만원의 당비를 내면서 이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장동운(張東雲)후원회장,기업인 J씨등의 전국구 내정설이 있다.
신한국당은 이런 잡음은 없다.그러나 국민회의등 야당들은 『신한국당이 대기업등에 여당후보를 지명하거나 선택하도록 한 뒤 그들에게 총계 수백억원대의 선거자금을 도와주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비난한다.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화는 후 원회를 통한십시일반(十匙一飯)식 모금의 활성화다.신한국당은 후원회를 통해지정기탁금 형식으로 2백억원이상을 모금할 방침이다.사무처 당직자들은 연일 7백11명의 법인.개인 후원회원들에게 「독촉성 협조」전화를 걸고 있다.15일에는 서 울시지부 후원회를 여는 등시도지부별 모금도 계획중이다.서울시지부는 30억원이 목표다.
국민회의는 5일 중앙당 후원회를 개최,목표액 60억원중 22억원을 모금했다.자민련은 같은 행사를 12일 개최해 30억원을모금할 계획이다.개별 후보들의 지구당 후원회 결성도 활발하다.
현행법상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선관위집계로는 1월말 현재 신한국당 1백8,국민회의 25,민주당 39,자민련 28곳등의 지구당 후원회가 구성돼 있다.선관위는 공천완료에 따라 이 숫자가 3월말까지 6백여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모금은 아무래도 지명도가 높거나 현역 의원들이 유리하다.슬롯머신 수사로 유명해진 신한국당 홍준표(洪準杓)위원장은 재미교포들로부터 후원회 계좌번호를 묻는 전화가 쇄도한다고 한다.
민주당 이철(李哲)의원은 3월초 해외후원회에 다녀왔다.국내에서 6천만원,미국 로스앤젤레스 교포등으로부터 4천만원등 현재까지 1억원을 모아놓고 있다.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박계동(朴啓東)의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1백여명이 4천만원을 모금해 주었다. 의원.후보들의 후원회 모금방법은 대부분 다수로부터 소액을걷는 쪽이다.
선거운동을 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거액을 내놓을 특정인도 구하기 어려운 탓이다.신한국당의 박범진(朴範珍).이성헌(李性憲)위원장,국민회의의 신계륜(申溪輪).손세일(孫世一).김민석(金民錫)위원장등은 『1인당 연 10만원씩만 도와 달라』고 한다.대부분 동창.친인척 명부를 만든 뒤 하루 1~2시간을 전화거는데 할애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처럼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돈가뭄」에 애달퍼 하는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다.무엇보다 돈은 옛날만큼 필요한 데유입자금의 양(量)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다.금융실명제 실시후기업들의 비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데다 전두환 (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 사건후 「대통령에게 갖다줘도 나중에 문제되는」 세태등이 꼽힌다.1천3백50여명으로 추산되는 총선 후보중 8백여명이 정치신인인 점도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김현종.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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