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시영 686㎡ 땅 때문에…6864가구 재산권 행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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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7000가구에 가까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부지의 1%도 안 되는 땅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법적 다툼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다 초래된 일이다.

서울 송파구청은 21일 “신천동 잠실시영(6864가구) 재건축 조합이 전체 사업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입주 예정(다음달 29일) 시점에 준공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땅은 당초 교회(강동중앙침례교회)가 있던 686㎡로 전체 사업지 39만7406㎡의 0.17%에 해당한다. 이 땅을 둘러싸고 2001년 이후 8년째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조합 측은 교회 측에 이전 부지 제공을 약속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교회 측이 이전 부지가 당초 약속한 조건과 다르다며 반발하면서다. 법원은 1, 2심에서 교회 측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이달 10일 원고(조합)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하더라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다. 구청 관계자는 “준공 허가가 나지 않은 건물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수 없다”며 “다만 건물이 완공되면 입주해 사용할 수 있게 임시 사용승인은 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등기가 안 된 집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은행에 각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대출도 어렵다. 입주 예정자 대부분 신청한 발코니 확장 공사도 미뤄진다. 시공사 관계자는 “준공 허가가 떨어져야 발코니를 확장할 수 있는데 한참 살고 있을 때 확장공사를 하면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6개 시공사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일반분양분 계약자들은 준공 허가가 난 뒤 잔금을 내도록 돼 있어 640억원 정도의 잔금 납부가 늦어지면 시공사들은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한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연체되면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법원에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법 판결이 빨리 나오더라도 패소한 측에서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커 잠실시영 입주를 둘러싼 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책임 공방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입주 예정자 박모(45)씨는 “조합이 일찍 문제를 해결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따졌다. 조합 관계자는 “교회 측 요구가 터무니없어 소송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 관계자는 “재건축으로 교회를 잃게 된 입장에서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조합 내 갈등, 법정 분쟁 등으로 준공 허가가 늦어지는 사례는 재건축·재개발에서 종종 나타난다. 2004년 말 완공된 서울 상도동 삼성래미안3차(재개발 단지, 1656가구)는 2년이 지난 지난해 준공 허가를 받았다. 재개발 단지인 서울 신당동 현대(942가구)는 입주 후 준공허가를 받는 데 8년가량 걸리기도 했다.

J&K 백준 사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인허가 요건이 일부 허술해 문제를 안고 착공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준공 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쟁은 결말을 지어야 착공할 수 있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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