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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146) 서울 관악갑 열린우리당 유기홍 후보

중앙일보

입력

‘마지막 재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유기홍(46) 후보는 서울 관악갑 지역에서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다. 자신을 ‘유기농 정치인’으로 불러달라는 그는 ‘유기농 정치’, ‘유기농 생산국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재야와 정계, 정부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과 정치력을 보여준 그의 출마에 대해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오랜 세월 그와 재야운동을 했던 선후배·동료들이 이미 정계에 진출해 금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일부는 청와대 권력의 중심에 있다.

서울대 재학 시절 국사학과 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유 후보는 네 차례 수배를 당했고, 두 번 옥고를 치렀다. 그 후 대학 선배인 김근태 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끌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의 마지막 의장를 지냈고,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 북녘동포돕기 청년운동본부장 등을 맡아 80~90년대 청년·통일운동에 매진했다.

제도권에 발을 들여 놓은 건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때였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햇볕정책의 전도사’가 되어 민간 남북통일·교류에 기여하기로 결심했다. 98년부터 2000년까지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초대 사무처장을 맡아 민간남북교류사업에 힘썼다. 그 후 2년간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으로 있으면서 각종 개혁입법과 복지·서민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때 국정 운영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번에 등원하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일한 경험을 살려 실질적인 남북교류와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그는 유시민 현 열린우리당 의원, 영화배우 문성근씨와 함께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었다. 개혁당에선 정책위원장과 대선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맨으로서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를 도운 것은 오로지 “김대중 정부가 쌓은 햇볕정책이란 공든 탑이 물거품이 되어선 안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햇볕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는 지적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응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입안자와 실행 인력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정책이 틀이 잡히면서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구요. 예를 들면 육로관광이 실현됐고, 개성공단, 경의선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완성 단계에 있어요. 앞으로 남북간 경제협력이 더 활발해지면 한반도 전쟁 위험도 크게 줄어들 겁니다.”

유 후보는 동북아시대를 열 경의선 ‘철의 실크로드’가 뚫리면 물류비용이 절감돼 중국·러시아로의 수출이 활기를 띄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북한측에 합법적으로 통과세를 지불하게 되면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은 ‘Win-Win의 경제 및 평화전략’이라는 것.

그는 “이번에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어야 참여정부가 개혁과 평화번영 정책을 힘있게 끌고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난 1년동안 국정의 발목을 잡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노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선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홍 후보(가운데)에게 관악구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서울대 다닐 때부터 재야운동 시절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운동을 하는 동안 관악은 늘 어머니처럼 자신을 품어주곤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80년대엔 관악구 봉천동 산동네에 ‘봉천동 나라사랑청년회’란 간판을 걸고 본격적으로 청년운동에 뛰어들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97년까지 관악청년회 지도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일부에선 그를 ‘영원한 관악청년’이라고 부른다.

“경범죄로 잡혀온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격입니다. 야당의 한 인사가 ‘대통령이 오기를 부려 스스로 탄핵을 자초했다”고 했는데, 이 발언이야말로 탄핵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죠. 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탄핵을 유인했다는 얘긴데, 탄핵 관련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습니다. 탄핵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음모론이나 다름없어요.”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탄핵을 70%의 의원들이 통과시켰습니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국회는 이미 국민을 대변할 자격을 잃었습니다.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야말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스스로 자초한 거예요. 탄핵 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걸니다.”

유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서울 관악갑은 역대 선거에서 국민회의·민주당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둔 곳이다. 지난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60%에 가까웠다. 유 후보는 이런 투표 성향에 대해 “주민들의 정치의식이 높기 때문”이라며 “안정보다 개혁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탄핵을 지켜본 국민들은 수구·냉전·기득권 세력의 부패정치·패거리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깨끗한 정치, 더불어 사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정치개혁·남북통일 같은 거대담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낙후된 관악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선량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는 80년대 관악구 봉천동에서 청년운동을 이끈 만큼 지역의 현안문제는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 그가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꼽는 게 교통과 교육 문제다. 그는 교통문제는 조속히 도로를 확충하고, 미래 교통수단인 경전철과 광역 급행버스 시스템을 도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차고증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높은 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명문인 서울대가 관내에 있지만, 이곳 중·고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서울 평균치를 상회하는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해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GDP 대비 교육예산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학교운영은 학생회·교사회·학부모회 등 교육 3주체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정치개혁의 토대 위에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쌓아야 합니다. 갈 길이 멀어요. 그러려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의회권력을 교체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압승해야 개혁의회를 수립하고, 강력한 여당이라야 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어요. 모두의 희망이 모이면 꿈도 현실이 됩니다. 꿈을 이룰 기회를 제게 주십시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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