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떠나면 울산 살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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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업은 울산을 떠나서도 살 수 있지만, 울산은 기업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라는 말에 일부에선 거부감이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대답했다. 사례도 들었다. “역사와 전통을 무색하게 하며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도시들의 현재 모습을 보십시오. 이렇다 할 기업이 없기 때문이지요. 밤 8~9시만 되면 상점에 불이 꺼지고, 사람 구경하기 힘든 도심 거리를 보면 마음이 확 달라질 겁니다.”

그는 기업 유치 때 ‘여왕벌 전략’을 강조한다. “주력 기업이 있으면 협력업체는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듭니다. 대우버스를 유치했더니 스스로 찾아온 협력업체 50개가 됐고, 주변에 입주를 준비 중인 중소기업도 200개가 넘습니다. 여왕벌을 데려오면 벌떼가 몰려드는 이치입니다.”

본지는 지난달 9일 울산시장실에서 인터뷰를 했고, 이후 추가 취재를 통해 ‘4만 달러 도시 울산의 모습’과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신’의 실체를 점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울산을 4만 달러 도시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기업을 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동구는 현대중공업이, 북구는 현대차가, 남구·울주군은 SK를 주축으로 한 석유화학공단이 협력업체를 이끌며 지역경제를 받쳐주고 있다. 일자리·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도 복지도 환경도 기업이 나선다.”

-왜 울산에 기업이 몰리는가.

“기업유치 경쟁에 나서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그런데도 울산에는 현재 168개 기업체가 총 15.45㎢ 규모의 공장용지 공급을 요청하며 줄을 섰다.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기’ 경쟁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다른가.

“기업이 울산에 정을 붙일 수 있도록 ‘정서’까지 챙긴다.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몰리면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이고, 파업이 지나치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노조를 말린다. 매년 날을 정해 산업체 종사자들과 시민들이 어울려 잔치를 벌이는 곳도 울산뿐이다.”

-다른 지역에선 기업을 골고루 분산시켜야 한다는 균형발전론을 주장한다.

“균형은 분배의 문제일 뿐이지 발전전략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자동차의 협력업체들이 넘쳐 이웃 경주·포항·양산으로 엄청나게 들어갔다. 대구·부산까지 먹고 산다. 거점 지역을 키워 잔을 넘쳐 흐르도록 발전전략을 짜면 주변 지역도 촉촉히 적실 수 있다.”

-기업을 ‘을(乙)’로 보는 공무원의 고정관념이 있다.

“조회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우리도 (세금과 월급을 통해) 기업을 뜯어먹고 산다. 뜯어먹는 만큼 우리 몫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에 대한 낮은 자세, ‘철밥통 의식 깨기’ 등을 했더니 울산을 ‘행정사관학교’라고 부른다.”

-‘울산발 인사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가.

“청년실업 문제를 풀려면 공무원을 대거 뽑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가 막힌다. 월급은 누가 주나. 공무원 하나 뽑으면 연간 5000만원이고, 법이 신분을 보장해주는 정년까지 최소 20억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나도 공무원 해봤지만 놀고 먹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제 일을 찾도록 해야 한다.”

울산=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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