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할인권 실속없어-회원제 과당경쟁 길거리서도 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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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런저런 할인혜택을 받아 싸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다들 그 가격에 했더라고요.
이럴때면 꼭 바가지 쓴 기분이 들어요.』 모 대학원생 이정원(李正媛.24)씨는 파마할때마다 얼마를 내는 것이 제값인지 아리송하다.어수룩하게 있다가 나혼자 손해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
파마.커트 비용은 미용실 위치에 따라 차이가 크다.
서울 이화여대.성신여대입구등 대학가 주변은 커트 7천~1만원,스트레이트파마 2만5천~3만5천원,웨이브파마 2만~3만원선.
거기에다 코팅이나 탈색(브리치)등 옵션을 첨가할 경우 1만 원정도 추가해야 한다.
서울의 중심가인 명동이나 압구정동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커트가 1만5천~2만원선인데다 파마는 종류에 따라 5만~7만원 정도.고객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가격차이보다 각종 할인제도와 할인권이다.
평일날 오전을 이용할 경우 10~20% 정도 할인해 주는 「모닝파마」는 납득할만한 제도지만 별다른 이유없이 싸게 해주겠다는 할인권에 소비자들은 곤혹스럽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미용실들은 자체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신청용지를 작성하기만 하면 10~20% 할인받을 수 있는 회원이 된다.
따라서 한사람도 정가대로 다 지불하는 사람은 없는 셈.게다가회원 생일이나 미용실 자체기획 기간에는 20~30% 할인권을 보내준다.
또한 백화점.신용카드.무선호출기 가입자에게 보내는 요금청구서에도 미용실 할인권이 심심찮게 끼어 있다.미용실에서 카드회사 등에 광고비나 발송료를 내는 조건으로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도 이러한 할인제도는 특정고객에게 제한된 할인혜택을 주는것이지만 길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할인권을 뿌리는 미용실도 많다.특히 이대입구에 있는 미용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할인권상으로는 파마가 2만원정도로 파격적 수준이지만 실제로 그 가격에 이용하는 일은 많지 않다.
「더 좋은 약」「코팅」등의 조건이 붙어 1만원정도 더 내는 것이 보통.결국 할인권이 없는 미용실과 별 차이가 없다.
또 할인권이 없는 고객에게도 미용사 개인의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할인가격」을 적용해 준다.
이쯤되면 40~50%까지 표시돼 있는 무차별할인권은 단순한 광고지에 불과한 셈.소비자들을 「할인」이란 말로 유혹하는 셈이다. 지난해 7월 미용사중앙회 서대문지회에서는 할인권배부 단속을 시작했다 단속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담합행위에 해당해 5일만에 중단했다.최근에는 할인권을 발행하지 않는 미용실들이 개별적으로 할인권 배포행위를 단속,파출소에 신 고하고 있다.발각되는 미용실은 무허가 전단배포에 따른 경범죄 위반으로처리돼 3만원의 벌금을 낸다.
미용사중앙회 서대문지회 이남수(李南壽)사무국장은 『이대입구에만 1백여개의 미용실이 있는 등 미용실 난립으로 이러한 과당경쟁이 생겼다』며 『전단을 배포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미용실을부추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국소비자연맹 도영숙(都永淑)고발실장은 『할인을 고려해 정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있다』며 『정가자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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