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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새사람새생각>4.정보화 선두주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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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3일 신한국당 안양 동안을 지구당 개편대회장에서는 희한한(?)일이 벌어졌다.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진섭(鄭鎭燮.44)후보가 원고지 대신 퍼스널 컴퓨터를 들고 연단에 나타나 자판을두들겨 가며 연설을 한 것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잠시뒤 벌어졌다.그는 연단에서 컴퓨터를 행사를 중계하던 대형 TV 모니터에 접속시켰다.구경을 하던 참석자들은 『도대체 뭘하나』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鄭위원장이 컴퓨터를 만지작거리자 대형화면에 그가 불러낸 자료들이 그대로 떠올랐다.이 지역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 급식문제.치안문제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대형화면에 차례차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
『컴퓨터는 제 수첩입니다.전 이젠 볼펜으론 글씨를 못써요.』鄭위원장의 말이다.그는 『앞으로 유세할 때는 컴퓨터와 유세차량의 TV화면을 연결시킨뒤 컴퓨터에 입력된 그동안의 연설내용.공약.지역구 활동사항등을 즉각 끄집어내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와 정치인」.어쩌면 가장 잘 안어울려 보이는 단어다.
기성 정치인들은 대부분이 「컴맹(盲)」이고 정보화와는 거리가 먼게 사실이다.하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한 30~40대의 정치신인들은 한결같이 「컴퓨터는 내친구」임을 강조한다.
이들의 선거운동에는 컴퓨터가 필수로 등장한다.『앞으로 닥쳐올정보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선 정치인들부터 정보마인드가 있어야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보화그룹에 끼는 신인들로는 신한국당에서 鄭위원장 외에 김철기(金喆基.서울중랑갑).정태윤(鄭泰允.서울강북갑)위원장등을 꼽을 수 있다.야당에선 재야출신의 신인들과 변호사등 전문가그룹이정보화 신인군(群)에 대부분 포함된다.
국민회의의 정한용(鄭漢溶.서울구로갑).고영하(高永夏.서울노원갑).김영환(金榮煥.안산갑),민주당 고진화(高鎭和.서울종로).
김성식(金成植.서울동대문을).박인제(朴仁濟.서울송파병).노회찬(盧會燦.서울강서을),자민련의 심양섭(沈良燮.군포 )위원장등이그들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전에서 컴퓨터를 선거운동의 주무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이미 일부 여야후보간에는 PC통신을 통한 정치토론등을 활발히 벌이고 있을 정도다.
눈뜨면서 잠잘때까지 퍼스널컴퓨터를 들고 산다는 김철기위원장은이렇게 말한다.『유권자들과 대화를 한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방금 한 얘기들을 컴퓨터에 다 입력시킵니다.좀 귀찮지만 나중에 종합 분석하면 어떤식의 선거운동을 해야할지가 나 옵니다.』 치과의사 출신의 국민회의 김영환위원장은 아예 『첨단과학기술을 자유롭게 이용하는,과학이 바탕이 된 정치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특히 젊은 후보들은 대부분 연설문 정도는 컴퓨터로 직접 작성하고 자료들도 스스로 관리한다.『연설문 하나도 직접 못만들면서국회로 가겠다는게 말이 되느냐』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정보화에 뒤처진 기성정치인들의 불안감은 배가된다.
지난해말 신한국당 남재희(南載熙)전의원은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며 『아이들이 컴맹인 아버지는 정치를 그만하라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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