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베를리날레 리포트-"닉슨" 올리버 스톤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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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분 정도 시간을 줄테니 그 안에 사진촬영을 끝내고 회견이시작되면 일절 사진촬영을 삼갔으면 좋겠다.그렇지 않으면 기자회견 자체를 취소할지도 모른다.』 제46회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비경쟁 초청작으로 출품된 『닉슨』의 올리버 스톤 감독.그는 20일 오후 인터콘티넨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가진 내외신 공식 기자회견을 이 한마디로 시작했다.동유럽 최고 감독으로 꼽히는 안제이 바이다가 이 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태도와는 사뭇달랐다.바이다는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개별적인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는등 긴장되고 진지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바이다가 진지한 아마추어라면 스톤은 노회한 프로 같았다.그들이 만든 영화만큼이나두 감독은 개성의 차이를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은 미국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닉슨』의 역사왜곡 여부에 집중됐다.스톤은 이 까다로운 질문들을 능숙하게 받아 넘겼다.중간중간 유머로 기자들을 웃겨가면서 불리한 질문은피하거나 얼버무리고 우둔한 질문은 적당한 망신을 줘 자르고 유리한 질문에는 열변을 토했다.그러나 답변은 이미 어디선가 들은모범답안 같은 인상을 줘 아쉬웠다.
-『닉슨』에 대한 감독의 의견과 만족도는.
『정확히 내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다.미국 역사를 정확히 알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 영화다.』 -할리우드는 무엇이든 표현할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데 큰 매력이 있다.『닉슨』도 감독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고 본다.그러나 역사적 사실보다 훨씬 더나아갔다는 지적도 있는데….
『「닉슨」을 만든 의도는 미국 현대사의 진실을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 말고 그 배후의 진실에 대해 다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그런 토론의 장을열어주는 매개체로 「닉슨」을 생각했다.역사적 사 실을 극적으로구성하다 보면 어느 정도 현실의 변형이 나올 수 있다.그러나 자유토론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그런 정도의 파격은 충분히 수용돼야 한다.』 -케네디는 『JFK』이후 인기를 더 끌었고 닉슨은이미지가 더 나빠졌는데 개인 감정이 개입한 것 아닌가.
『케네디는 당시 거대한 정치적 주류에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인기를 얻었고 닉슨은 그 주류를 대변하던 인물이다.특별히 어느한 인물을 부각시키고,한 인물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었다.물론닉슨을 묘사하면서 케네디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그린 것은 사실이다.케네디에 대한 닉슨의 개인적 반응들이 미국 현대사의 많은부분을 설명하는데 적절했기 때문이다.사실 닉슨의 캐릭터를 그려나가면서 나의 아버지를 닮았다고 많이 생각했다(스톤은 아버지를「자유롭게 사고하고 술 마시며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표현했다).』 -『닉슨』은 다양한 영화장르와 형식의 잡탕이다.정치드라마이면서 멜로물이고 컬러화면과 흑백화면이 교차된다.이런 스타일을시도한 이유는.
『닉슨이라는 복잡한 인간의 복잡한 궤적과 내면을 순간순간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결과다.정치가 닉슨과 연인 닉슨을 그리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과 형식이 필요하지 않은가.컬러와 흑백을 교차시킨 것도 겉으로는 웃고 있지 만 속으로 울고 있는 그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에서였다.』-케네디와 닉슨 두명의 대통령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만약 다시 영화로 만들고 싶은 제3의 대통령이 있다면.
『다시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다.케네디와 닉슨을 영화 소재로 삼은 것은 가장 정치적 사건이 많았던 시대의역사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두 인물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두 극단의 인물로 평행선과 같은 관계에 있다.이 들 두 극단의인물을 그리면 역사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들을택했을 뿐이다.』 베를린=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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