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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뼛속 깊이 건강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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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여운계씨(右)와 동창생 유정재씨(中).김병숙씨가 임용택교수로부터 골다공증 판정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TV 안방극장의 대모 여운계씨가 모처럼 병원나들이를 했다. 20여년 한결같이 만나 온 무학여고 동창생 유정재씨와 고려대 58학번 동기인 김병숙씨가 동행했다. 여씨가 동창들과 함께 병원에 나타난 것은 대한골다공증학회(회장 서울대병원 김정구 교수)와 대한골대사학회(회장 전남대병원 정재윤 교수)의 권유에 따른 것. 올해 '뼈 건강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우선 자신의 골밀도 수치(T 점수)부터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일행이 강남성모병원에 도착한 것은 지난 7일 오후 4시쯤. 각각 BMD테스트(뼛 속의 칼슘.미네랄 밀집도를 보는 검사)를 10여분씩 받고 산부인과 임용택 교수(골대사학회 홍보위원장)의 진료실을 밀고 들어갔다. 이 때만 해도 그녀의 얼굴은 오랜만의 나들이로 들떠 화사한 벚꽃처럼 상기돼 있었다. 드디어 판정시간. 친구에게 "나 떨고 있니?"라며 농담을 건네던 여씨의 얼굴이 자못 심각해진다. 검사부위는 척추와 엉덩관절(고관절), 그리고 손목 부위 등 세 곳. 골다공증이 진행됐을 때 잘 부러질 수 있는 부위다.

우선 허리부분. 요추 1~4번까지 골밀도는 평균 72%. T점수로는 -2.8이다. -2.5이하면 골다공증 초기에 진입한 상태. 다음은 엉덩관절로 골밀도는 평균 69%를 기록했다. 문제는 가장 골절이 잘되는 관절의 목부위가 가장 낮아 64%(T점수 -3.3)로 나타난 것. 임교수는 "젊었을 때 출연료를 100만원 받아 생활하셨다면 이제는 64만원으로 사셔야 합니다"며 따끔한 비유를 했다. 손목은 73%로 T 점수 -3.0. 임교수는 다시 "이 수치면 놀러온 손자를 안고 넘어져도 부러질 수 있는 수치"라고 경고했다.

◇불행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골다공증은 '침묵의 질환'이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일단 충격으로 골절되면 이때부터 결과는 참담하다. 엉덩관절의 경우 12~24%가 골절 후 1년 이내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뼈가 노화돼 재활이 쉽지 않고, 주변 사람이 수발을 들기 때문에 가족의 삶의 질은 급격히 추락한다. 여씨는 꼬부랑 할머니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키는 161.9㎝로 골다공증이 시작되면서 원래 키 163㎝보다 다소 줄었다. 친구인 김병숙씨는 무려 4㎝나 줄었다. 함께 만나는 동창 중에는 이미 허리가 구부정해졌다는 친구도 있단다.

임교수의 얘기가 이어진다.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은 심장마비나 유방암 발생건수 보다 많지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여성의 40%가 통증이 없으면 골다공증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55세 이상 여성의 10%만이 골밀도 검사를 받는 형편이니까요."

여씨는 65세 나이에도 5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뼈 건강 점수로 보면 그녀의 건강은 D학점 수준. 언제든지 골절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수준이다. 그녀의 얼굴이 결코 편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우리나라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50대 23%, 60대 46.9%, 70대 71%에 이른다. 따라서 우선 자신의 T점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T점수 상 골감소증부터는 적극적인 뼈 관리를 해야 한다. 여씨는 바쁜 방송일정에도 주 2회는 헬스장을 찾아 걷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능하면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고, 가벼운 덤벨 등 무게가 실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수영도 좋다. 몸의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키워 넘어질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여성호르몬 치료와 함께 칼슘과 포사맥스 등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문제는 현재 건강보험법 상에서 여성호르몬과 골다공증 치료제 병용 투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의사의 처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약국에서 사서 복용할 수도 없다. 담당의사와 상의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임교수의 주문은 뼈 건강은 어릴 때부터 하라는 것. "35세 이후에는 매년 1%의 뼈 손실이 진행됩니다. 그러니 젊었을 때 돈을 많이 저축해 놓듯 운동과 영양관리를 통해 뼈를 튼튼히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요즘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여성 중에는 20대에 골다공증이 오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폐경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한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은 골다공증 유병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고종관 건강팀장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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