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입국.고도성장의 尖兵-창립30돌 맞는 과학기술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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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 최초의 정부출연연구소이자 한국과학기술의 대부(代父)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0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KIST가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이땅에 기술개발의 씨를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하고 기술입국과 고도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공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KIST30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KIST의 설립은 지난 65년 당시 박정희(朴正熙)대통령과 존슨 미국대통령의 공동성명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66년 2월10일 설립등기를 마침으로써 공식 출범했다.
홍릉 임업시험장내 8만여평 부지에 본관과 연구동이 들어선 것은 69년.당시 연구인력은 고체화학연구실등 14개 연구실에 국내외에서 유치한 50명이 전부였다.
그동안 숱한 영광과 좌절을 거듭한 KIST는 지금은 고분자연구부등 8개연구부와 의과학등 2개 연구센터,생명공학연구소등 4개 부설기관을 거느리고 있으며 본원의 연구인력은 박사급 4백여명을 포함해 5백40여명이며 외부전문인력까지 포함 한 총인원은1천5백여명이나 된다.
KIST의 역할은 크게 연구개발.전문연구기관 육성.연구인력배출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설립이래 올해말까지 연구과제는 총 6천1백80여건,투입된 연구비는 총 3천3백억원이다.이중 2백95개 과제가 기업화됐으며4백여개의 과제는 기업화를 추진중이다.
기업화성공사례 가운데는 비디오테이프등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필름,항결핵제인 리파마이신,프레온가스,인조다이아몬드등이 포함돼 있다.특히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로부터 공인받은 KIST의 도핑 컨트롤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개발 성과중 국내외에 출원된 산업재산권은 1천8백건.이중8백60건이 등록됐으며 여기에는 아라미드펄프.니켈 초내열합금등6건의 물질특허도 포함돼 있다.
KIST는 설립 초기부터 국가의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필요성이대두될 때마다 해당분야를 전문연구기관으로 설립.육성하는데 절대적 역할을 해왔다.
한국선박연구소.해양개발연구소.한국전자기술연구소.한국통신기술연구소.한국종합에너지연구소.산업기술정보원(이상 설립당시 명칭)등은 모두 KIST로부터 분가,독립한 연구기관들이다.
한국화학연구소.기계연구원.국토개발연구원.식품연구소 등은 KIST로부터 연구인력을 지원받아 기능이 강화된 경우다.
지금까지 KIST로부터 배출된 전문연구인력은 3천6백여명으로전문연구기관에 1천8백여명,대학에 9백여명,그리고 기업에 5백여명이 진출했다.
이같은 국가 싱크탱크의 역할과 함께 연구관리 노하우를 국내외에 보급하고 국가과학기술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해온 점도 KIST의 업적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처럼 「과학기술의 집현전」역할을 해온 KIST도 일부 위정 자와 과학기술정책 최고책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역할과 기능이 크게 위축되고 변질돼온 것도 사실이다.
81년 5공의 시작과 함께 교육전문기관인 한국과학원(KAIS)과 통합,8년여의 방황끝에 89년에 와서야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이제 대학과 기업에서의 연구능력이 크게 강화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제적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는 만큼 KIST도 종래의 계약연구기관에서 탈피,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을 선도해나가는 세계속의 연구소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16일 독일 현 지에서 문을여는 「KIST 유럽연구소」도 기술블록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필연의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계의 많은 인사들은 『이같은 변신을 위한 KIST의 몸부림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KIST인 전체의 정신적 재무장과 함께 「지원은 가장 많이 하고 간섭은 가장 적게 하는」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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