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풍속>러시아 '깨끗한 달러'만 통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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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1일 기자는 모스크바 중심가 쿠트조프스키 프로스펙트에위치한 환전소에서 5백달러를 루블화로 바꾸기 위해 줄을 섰다.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기자의 차례가 됐다.기자는 5백달러를 철창뒤의 환전원에게 내밀었다.환전원은 지 폐를 하나하나전등불에 비추어본 다음 곧바로 조금 낡아보이는 1백달러짜리 2장을 돌려주었다.
『90년 이전에 발행된데다 낡았기 때문에 위폐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환전원 나탈리아(41)의 설명이었다.
기자는 어이없었지만 나머지 돈만이라도 빨리 바꾸어달라고 했다.그러나 환전원은 90년 이후 발행됐지만 한쪽 귀퉁이에 얼룩자국이 있는 1백달러짜리 지폐를 들이밀고는 5%의 수수료를 떼고바꾸든지,아니면 2백달러만 바꾸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기자의 통사정에도 이 환전원은 막무가내였다.결국 미화 2백달러를 환전하는데 30분이나 소비했다.모스크바의 환전 풍속도다.
러시아에선 90년이후에 발행된「깨끗한」달러만이 제대로 된 돈취급을 받는다.그이전 발행권은 10%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환전하거나 아예 내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K그룹의 현지지사는 업무관계상 10만달러 정도의 돈을 러시아 현지은행을 통해 국내에 송금하는데 송금때마다 1천여장의지폐를 손으로 만져보고,살펴보고 기계에 넣어 검사하는 지루한 절차를 겪어야 하기 때문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이런 터에 금년엔 미국이 1백달러짜리 신권을 발행한다고해 달러를 둘러싼 소동은 더 커지고 있다.새 달러화가 통용되면 옛날달러화는 환전이 안된다는 헛소문에 놀란 러시아인들이 새달러화를구하려고 장사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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