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그룹,제일물산 인수기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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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분변동 신고의무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경영권을 노리는 일종의「기업사냥」이 등장했다.겉으로는 지분상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 「사냥감」이 되는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현행 지분변동신고제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신원그룹이 제일물산의 1대주주와 내분중인 2대주주와「연합전선」을 펴는 한편 증시에서 지분을 야금야금 모아 일거에1대주주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신원은 지금까지도 당국에 신고된 제일물산 주식은 단 한주도 없다.지분취득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상 최초로 5%이상의 지분(특수관계인 지분 포함)을 취득하는 경우와 5%이상 지분확보후에 1%이상의 변동이 생겼을 때도 반드시 이 사실을 증권당국에 알려야만 한다.제3자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해당회사의 의사에 반해 경 영권이 탈취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신원은 일단 이 조항에 걸리지 않기 위해 출자지분 35%가 안돼 특수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관계사를 동원,각사가 5%미만의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제일물산의 지분을 17% 넘게 사들였다.일반인은 물론이고 제일물산의 대주주도 모른 채 일어난 일이다. 증시에 제일물산 지분인수설이 떠돌자 신원은 『순수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샀다』는 내용의 공시로 슬쩍 빠져나갔지만 신원이 제일물산의 내부세력과 손을 잡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이 공시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증권업계나 법률 전문가들은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M&A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나 이런 변칙적인 수법은 곤란하다』며 『공격자나 방어자가 공정한 게임을 하도록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합동법률 사무소의 이문성(李文星)변호사는 이와 관련,▶특수관계가 없는 법인이나 개인들이 공동의 목적(M&A등)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 신고를 하거나▶경영권 방어를 위해 장외시장에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등이 검 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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