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들 “국거리 100g = 700원 … 30% 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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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코앞에 다가오자 쇠고기 수입업계와 일부 유통업체, 외식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수입업체와 외식업체는 공동 할인행사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유통·외식업체는 일단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초기 유통 물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업체들, “이달 중순 공동 판촉”=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의 임시회장 격인 박창규 에이미트 사장은 30일 “수입업체들이 힘을 모아 공동 할인행사를 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업체가 판매를 재개하다간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이달 15일께 동시에 판매를 시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영 정육점을 운영하는 에이미트·애그미트가 판매 재개의 물꼬를 틀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수입육협의회가 80여 회원사에 제안한 할인 폭은 30%. 이를 적용하면 국거리(양지)는 100g에 600~700원, 윗등심은 900~1000원가량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이마트에서 파는 1등급 한우 등심은 100g에 6250원, 국내산 삼겹살은 2180원이다. 박 사장은 “최근 삼겹살 값이 많이 올라,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자신했다. 이런 가운에 일부 수입업체는 당분간 여론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역 대기 중인 물량 400t을 보유한 하이푸드 박봉수 대표는 “섣불리 매장에 내놔 봤자 팔리지도 않을 것 같다. 당분간 냉동창고에 물량을 저장해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먼저 팔아 시장 선점할 것”=수입 쇠고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외식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주는 “소비자의 반감이 수그러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수입 쇠고기 프랜차이즈 ‘하루원’의 안성훈 팀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팔아야 타산이 남으니 언젠가는 들여올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당장 팔다간 소비자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몸을 사렸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위해 대기 중인 식당은 서울에만 100여 곳이 넘는다. 한두 곳에서 예전처럼 고객을 끌어모으면 봇물 터지듯 판매처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식당은 당당하게 미국산 쇠고기 마케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미소’ 양재점을 운영하는 박종현(25)씨는 “다음 주께 본사와 협의해 미국산 쇠고기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음식점을 찾는 고객들 상당수가 미국산 쇠고기에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시장을 선점해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으로 인지도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화곡동에서 수입 쇠고기 식당을 하는 김창조(58)씨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뒤에도 닭고기 수요가 다시 회복되듯 미국산 쇠고기 소비도 한 두 달 후면 늘 것”이라며 “그때는 본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병주·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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