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전쟁 … 아예 광산업체를 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철의 원가는 철광석과 유연탄이 대부분을 좌지우지한다. 이들 주 원재료의 국제시세가 급등하면서 철강업체들의 광산 사냥과 짝짓기가 봇물을 이룰 조짐이다.

포스코는 호주 광산개발업체 ‘맥아더콜’의 지분 10%를 인수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7월 20일께로 예정된 이사회에 이 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맥아더콜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켄 탤벗의 지분 일부(10%)를 주당 20호주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사회를 통과해 인수가 이뤄지면 약 4227억여원이 들어간다.

포스코는 호주 마운트솔리와 캐나다 그린힐스 등에 석탄광산 8곳과 호주 포스맥 등 철광석 광산 두 곳을 지분투자 형식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올 들어 광산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속사정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포스코는 올 들어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 발레(CVRD)와 힘겨운 협상 끝에 도입 가격을 지난해보다 65%나 올려줬다. 호주 석탄업체와는 원료탄 가격을 세 배 이상으로 인상키로 했다. 올 들어 세 차례나 철강 판매가를 올린 배경이다.

포스코는 이렇게 인상된 가격을 기준으로 호주의 BHP빌리튼과 리오틴토 등 세계 3대 광산업체와 추가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좀체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결정되면 지난 4월 1일 것부터 소급 적용된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근래 “우리가 투자한 광산에서 나오는 원재료의 비중을 10년 뒤엔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거듭 밝혔다. 현재 포스코가 해외에 투자한 광산에서 들여오는 철광석 비율은 15%, 유연탄 비율은 22%에 그친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도 3대 광산업체인 리오틴토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오틴토는 BHP빌리튼의 인수 제의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BHP빌리튼의 리오틴토 인수는 반독점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두 회사는 브라질의 발레와 함께 세계 철광석 시장의 70%를 점한다. 미탈 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공룡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을 키워낸 것도 비대해진 광산업체들의 가격 주도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FT는 이와 관련, “BHP빌리튼의 인수가 좌절된 후 리오틴토의 철광석 사업 부문이 따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이 이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오틴토의 시가총액은 1600억 달러. 이 중 철광석 부문 자산은 500억 달러에 달한다.

미탈 회장이 골드먼삭스 이사회에 진출한 것도 리오틴토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FT는 “지난 주말 미탈 회장이 골드먼삭스의 사외이사로 선출됐다. 리오틴토 인수 자문사 선정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탈 회장이 철광석 업체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시장 판도가 공급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철강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재료인 철광석이 귀해졌다.

이에 따라 철광석 생산업체들은 가격을 마구 올리려 한다. 이에 앞서 리오틴토는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강(寶鋼)그룹과 철광석 가격을 평균 85% 올려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심재우·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