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208만원 밀렸다고 … 양식장 단전해 13억원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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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군 함평읍 우양수산 양식장에서 주인 장주석씨가 한전 측의 단전으로 폐사 한 어린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전기요금을 안 내니 전기를 끊겠다. (양식장 한쪽을 가리키며)고기가 얼마나 들어 있나.”(한전 직원)

“40만 마리 정도다. 이달 말에 출하해서 요금을 다 갚겠다.”(양식장 직원)

24일 오후 6시쯤 전남 함평군 함평읍 우양수산에선 체납요금 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나온 한전 직원 두 명과 양식장 직원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양식장 직원이 10여m 떨어진 다른 양식장에 사료를 주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이들 한전 직원은 계량기에 연결된 전기 인입선을 잘랐다. 양식장 주인 장주석(47)씨가 급히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다. 단전으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한 고기들이 뻐끔대며 죽어 가고 있었다.

25일 오후 비닐하우스로 네 동으로 이뤄진 양식장 안으로 들어서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확 찔렀다. 양식장은 1800㎡ 부지에 중대형 수조 다섯 개로 이뤄져 있다. 수조엔 길이 10~15㎝의 감성돔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수없이 깔려 있었다. 5~8㎝짜리 죽은 농어 치어도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주인 장씨는 ▶감성돔 중간어 5만 마리(마리당 1000원씩 5000만원) ▶돌돔 치어 250만 마리(250원씩 5억원) ▶농어 치어 30만 마리(800원씩 2억4000만원) ▶감성돔 치어 250만 마리(250원씩 5억원)가 폐사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535만 마리 12억9000만원어치다. 그가 2월부터 내지 못한 전기요금은 약 208만원이었다.

그는 “올 들어 알과 사료를 사들여 돈이 들어가기만 했다”며 “농어는 이달 말, 감성돔과 돌돔은 다음달부터 가두리 양식업자에게 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던 장씨는 1994년 양식업에 뛰어들어 한때 연간 10억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4년 전 마을 앞바다에 가두리 양식장을 지어 사업을 확장한 게 화근이었다. 이듬해 태풍으로 가두리 양식장이 휩쓸려 떠내려가 빚만 늘었다. 그는 “올해 양식장에서 23억원을 벌어 빚을 다 갚을 예정이었다”며 울먹였다.

이에 대해 한전 함평지점 측은 “현장에 나간 직원이 양식장 안을 살펴보지 않은 채 ‘(40만 마리가 아닌) 40마리를 키운다’고 양식장 직원의 말을 잘못 듣고 단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승철 한전 함평지점 요금관리팀장은 “연체 3개월째인 4월부터 매월 1회 이상 현장을 직접 방문해 독촉장과 전기 공급 중지 예고서를 전달했다”며 “전기료를 연체해도 실제 단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현장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글=천창환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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