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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국전 참전비 공원에 미군 전사자 새긴 유리벽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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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에 미군 전몰 장병의 이름이 새겨진 유리벽 건설이 추진된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KWVMF)은 공원 내 ‘추모의 연못(Pool of Remembrance)’ 둘레에 투명한 유리벽을 세워 거기에 한국전에서 목숨을 바친 미군들의 이름을 새긴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24일 “KWVMF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 맞은 편에 있는 베트남전 참전 기념비처럼 미군 전사자와 실종자의 이름을 남겨 그들의 값진 희생이 길이 기억되도록 한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KWVMF가 계획을 성안하고 있으므로 아직 미 정부와 의회엔 소개되지 않았다”며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정부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승인이 나면 유리벽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질 걸로 예상된다”며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한국전 발발 60주년이 되는 2010년 6월에는 유리벽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리벽엔 한국 국민이 한국전쟁 때 미군과 함께 싸우면서 보여준 희생정신을 미국이 잊지 않고 있으며, 고맙게 생각한다는 표현도 새겨질 것이라는 게 KWVMF 측 얘기”라고 전했다.

KWVMF 측은 “유리벽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받은 상태가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한 미군은 5만4246명이며, 실종 미군은 8177명이다. 워싱턴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약 320만 명에 이른다.

한편 주미 한국대사관은 25일 오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서 한국전 발발 58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엔 한국 측에서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 강대영 국방무관 등이, 미국 측에선 존 틸럴리·로버트 리스카시 전 주한 미군사령관, 리처드 롤리스 국방장관 특보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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