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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中企현장>3.수입인력 도움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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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해외 연수인력이요?그거 우리같은 중소신발업체엔 그림의 떡입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우창실업 박도준(朴道俊)사장의 푸념이다.朴사장은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버텨 보려다 끝내 지난연말 공장문을 닫고 말았다.
신발밑창을 만들어 납품해온 朴사장은 작년 여름 신발협회의 외국인 근로자채용신청공고를 보고 우선 실망했다.
10명의 수입근로자를 써 볼 생각이었지만 신청자격이 애초 상시근로자 10인 이상이었다.처음부터 길이 막힌 셈.
수입인력을 쓰지 못해 성남 모란 인력시장에서 일용근로자를 구해 조업하다 결국 2,000여만원의 부도를 맞고 말았다.
그러나 수입인력이 그나마 한계상황에 처한 일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주는 것은 사실이다.작년말 현재 정식절차를 밟아 들여 온 수입인력은 4만1,000여명.올해 2만3,000여명의 추가수입이 추진되고 있다.인력기근인 중소기업계가 이들 외국인 근로자 수입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그러나 우창실업처럼 꼭 필요해도 진짜 영세한 업체들은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숙사등 숙박시설을 갖춰야 우선권을 준다.그나마 신청자격을 갖춘 경우 상시근로자의 10%(신발업)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게된다. 『인력난의 유일한 돌파구로 해외진출도 생각해 보았지만 엄청난 초기투자 위험 때문에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지난해 하반기 공장을 팔고 면방업을 포기한 한일방직 이은탁(李殷琸)전사장의 말이다.
임금상승과 대기업호황으로 취업대상이 대기업으로 몰리는데다 서비스업종등 근무가 편한 직장을 찾는 경향이 심화돼 중소기업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게다가 올해 총선,내년 대선등으로그나마 있는 근로자들의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사양산업으로 인력난이 당연시돼온 신발.봉제.피혁등 경공업뿐 아니라 전자.자동차부품.중화학등 호황 중소기업 업종으로까지 인력난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동두천에서 피혁제조업을 하는 김상호(金相鎬)사장은 『해외인력도 좋지만 여성및 고령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40년간 서울에서 인쇄업을 해 온 조영승(趙榮承)사장은 『중소기업에는 현재의 퇴직금.상여금제도와 잔업수당제가 아직 현실과맞지 않다』며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을 고칠 것을 주장한다.
특별취재반=성태원.김광수.고윤희.임봉수.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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