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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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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당(唐)나라 의학서중 방중술(房中術)에 관한 책자엔 여성 성기의 형태학적 명칭이 아주 소상하게 소개돼 있다며 우변호사는 낱낱이 짚어 일러주었다.
질(膣)은 단혈(丹穴).옥문(玉門).옥호(玉戶).
음모는 사묘(莎苗).「사(莎)」란 잡초의 하나인 금방동사니를가리킨다.따라서 사묘는 금방동사니의 싹을 뜻한다.
자궁(子宮)은 그대로 자궁.「자궁」이 오랜 한어임을 이로써 알 수 있다.한편 자궁은 주실(朱室)이라고도 불린다.
입술 형상의 음순교련(陰脣交連)은 위쪽을 금구(金溝),아래쪽을 옥리(玉理)라 한다.「구(溝)」는 깊은 홈,이(理)는 얕은주름 또는 무늬를 표현하는 한자다.
외뇨도구(外尿道口)는 홍천(虹泉)이라 부른다.힘차게 치솟는 샘에 비긴 말이다.
소음순(小陰脣)은 적주(赤珠),즉 붉은 구슬.또는 맥치(麥齒).붉은 구슬이나 보리의 생김새같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붙인 것인가. 음핵소대(陰核小帶)는 금현(琴絃).거문고 줄처럼 예민하게 울리는 부분이다.
그리고 음핵포피(包皮)는 신전(神田).
가장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부위가 음핵귀두(龜頭)다.곡실(穀實).유서(兪鼠).계설(鷄舌).취서(臭鼠)등.이중 「유서」란 배모양의 제기(祭器)에 네발 짐승을 담은 형태를 나타낸 낱말이라 한다.
한때 한문서적을 영어로 옮기는 아르바이트도 했었는데 그중에 「단혈도(丹穴圖)」에 대한 대목이 있어 미국 친구들에게 더러 가르쳐주고 인기를 모았었노라며 그는 호방하게 웃었다.
아리영의 느낌터는 바로 이 곡실.신전.금현이다.주로 위쪽이다.이것을 재빨리 파악한 우변호사는 아리영을 쉽사리 절정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성스러운 논밭에 열린 오곡을 거두어 거문고 울리며 축제를 지낸 셈이다.
뒤늦게 눈뜬 이 육신을 장차 어떻게 다스려나갈지 막막했다.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나 포항행 비행기를 탔다.눈부신 동해가 보고 싶었다.
우변호사 아버지 외가댁 산소에 꽃바구니를 바치고 바닷가 식당에서 물회 점심을 든 다음 차를 세내 그날 간 길을 달렸다.
처음 키스한 바닷가를 찾아 젖은 모래펄에 우맥(禹貊)변호사의머리글씨 「M」자를 커다랗게 그렸다.
물살이 투명한 비단 필목처럼 다가와 「M」자를 천천히 지우고물러갔다.우변호사에 대한 연모도 저렇게 지워지는 날이 있을까.
그 길로 강릉까지 갔다.용을 만나 돌아온 수로부인(水路夫人)이 간 길이다.수로부인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오후의 햇살 아래 고뇌의 바다가 하염없이 이어져 있었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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