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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95대중음악-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창작자유'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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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 가요계는 김건모.룰라.서태지등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론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95년 가요.팝계의 뉴스와 경향들을 되짚어본다.
[편집자註] ◇ 사전심의제 폐지 대중음악 종사자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창작.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시비가끊이지 않았던 음반사전심의제의 폐지.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11월 정기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일제시대 이후 60여년동안 대중음악 발전을 옥죄어왔던 사전심의제가 내년 6월부터「역사의 유물」로 사라지게 된 것.때마침 서태지와 아이들 4집의 가사심의를 둘러 싼 공륜과의신경전이 날카로운 시점에 국회 표결이 통과돼 더욱 가요계의 환영을 받았다.
이로써 창작자들의「땀의 결정」이 구시대적인 잣대에 의해 빛을보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왜곡된채 발표되는 일은 없어지게 됐다.
표절.외설시비등이 끊이지 않는 우리 가요계의 현실에서 한결 강화된 자율성에 걸맞은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창작자 들의 몫으로 요구되고 있다.
◇ 댄스음악 열기 연초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댄스음악 열풍이 올해 가요계를 지배했다.룰라.듀스.노이즈.박진영.R.ef.디제이 덕등이잇따라 히트곡을 터뜨렸고 느린 비트에 맞춰 새로운 춤을 선보인서 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에 이르러 절정을 맞았다.이들이 선보인 장르도 힙합.레게등 「고전적」인 것에서부터 레이브.정글뮤직.마이애미 사운드등에 이르기까지 외국의 최신사조가 총망라됐다. 어지간한 리듬감을 갖춘 사람도 따라부르기에 숨가쁠 정도의빠른 템포가 주류를 이뤘다.
음악이 그 속성상 춤과 결합할 수 밖에 없고 노래뿐만 아니라율동으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비디오시대 스타들의당연한 책무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된 댄스음악 편향이 다양한 가요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 다.
하반기부터는 댄스음악에 식상한 대중에게 솔리드의 『이밤의 끝을 잡고』와 같은 리듬 앤드 블루스 풍의 발라드가 환영을 받기도 했고 넥스트.김종서.시나위.K2.크래쉬.윤도현 등 로커들의인기도 만만치 않아 「록의 부활」을 점치는 진단 도 나왔다.
또 최근 절정에 달한 재즈붐이 가요계에도 상륙,이소라의 『난행복해」와 김현철의 『나를…』등 「재즈的」 가요들이 인기를 얻었다. ◇ 리메이크 유행 90년대 문화계를 지배하는 조류중의 하나인 복고풍이 가요계에선 리메이크 선풍으로 나타났다.연초 나미의 『슬픈 인연』과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015B가 리메이크해 히트한 것을 시발로 신중현의 『미인』(봄 여름 가을 겨울),펄 시스 터스의 『님아』(신효범),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노영심),최희준의 『하숙생』(이승환),윤수일의 『아파트』(디제이 덕),김수희의 『남행열차』(멍키헤드)등 「고전」들이 까마득한 후배들에 의해 잇따라 리메이크됐다.
김광석은 아예 『다시부르기』란 이름으로 김민기.양병집.이정선등 선배 포크가수들의 노래만을 담은 리메이크 음반을 내놓았고 수록곡 8곡중 6곡을 리메이크곡으로 채운 조관우의 2집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신인.기성을 막론하고 새 음반을 낼 때마다 리메이크 한두곡을끼워넣는 것이 가요계의 새로운 관행으로 굳어져 아련한 옛시절을당시의 히트곡과 함께 기억하는 대중의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하고있다. 반면 손쉽게 리메이크로 음반의 트랙을 채우는 풍조가 가요종사자들의 창의력 빈곤과 무성의한 제작태도를 반증하는 것이란비판도 만만치 않다.
◇ 외국가수 내한공연 러시 본 조비.올포원.케니 지.해리 코닉 주니어.스티비 원더.야니등 해외 유명가수.밴드들의 내한공연이 줄을 이었다.공연외에 홍보를 위한 방문까지 포함한다면 올 한햇동안 서울을 다녀간 외국 가수들의 수는 이루 열거하기 힘들정도.국내팬들 에게 저변이 넓지 않은 퓨전재즈,헤비메탈까지 모든 종류의 장르가 공연을 통해 국내에 직접 소개됐다.
또 딥 퍼플.블랙 사바스.CCR등 팝역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전설적 밴드」들도 내한 공연을 가져 올드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처럼 해외가수들의 한국행이 계속 이어진 것은 그만큼 국내 음반시장의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실제로 내한공연을 가진 가수들의 국내 음반판매량도 호조를 보여 판매순위의상위권에 대거 자리잡고 있다.연간 2,500억원으 로 추산되는음반시장은 세계10위권의 규모로 외국가수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가령 마이클 볼튼의 경우 국내에서의 음반판매량이 160만장으로 미국.영국등에 이어 세계 4번째 규모. 한편 국내 공연업자들간의 과당경쟁으로 개런티가 적정가보다 높게 지불된 경우가 적지않고 또 지나친 장삿속으로 인해 전성기가 지난 가수들을 초청,국내팬들을 실망시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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