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호의 컴퓨터 이야기] 유비쿼터스 스포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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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39면

“블랙 5, 레드 4, 레드 12…. 자, 나가자!”
무슨 암호일까. 이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에서 공격수의 주장 격인 쿼터백이 감독으로부터 받은 작전 지시를 선수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때 숨은 병기가 있으니, 바로 컴퓨터다. 사이버 코치라고 불리는 전문 분석가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 첨단 영상 기자재를 이용해 상대 수비 선수들의 방어 패턴이나 허점 등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포착하여 감독에게 알려 주면, 감독은 이를 토대로 무선통신이 장착된 쿼터백의 헬멧으로 작전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쿼터백은 그 지시를 선수들과 공유해 터치다운을 만들어 낸다.

프로야구에서는 포수의 마스크에 장착되어 있는 소형 카메라와 영상처리 컴퓨터를 이용하여 투수의 투구 방향과 속도, 타자의 스윙 등을 분석하기도 한다. 프로 골프에서도 컴퓨터로 경기장과 풍향 등의 정보를 분석하고 제공해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

컴퓨터가 스포츠에 응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스포츠과학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였지만, 1970년대 스포츠 사회과학, 스포츠 코칭, 스포츠 의과학 및 스포츠 공학 계통으로 나누어지면서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컴퓨터 기술은 이런 스포츠공학 계통 중에 스포츠 정보처리에 해당한다.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정보 수집과 저장, 정보 처리 및 분석, 그리고 통신을 통한 정보의 공유는 스포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관객의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예를 들면 80년대 말엔 야구를 시청할 때 타자의 타율만 알 수 있었지만 요즘엔 누가 어느 곳에 잘 던지고 어느 위치의 공을 잘 치는지, 안타를 친다면 2루타와 홈런을 칠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도 계산되어 나온다. 관객은 이를 토대로 경기 내용을 예측하고, 그 예측이 맞았을 때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인터넷TV(IPTV)를 이용하여 쌍방향 통신으로 스포츠를 관람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나왔을 때 즉각적으로 이력을 보거나 그 선수에게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경기장 전광판에 뜨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찬스’를 쓰는 것 같이 감독이 관객에게 어떤 작전이 좋은지를 물어 본다면 참여형 경기 관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2000년대 들어서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유비쿼터스 스포츠’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센서를 바탕으로 전에는 측정하지 못한 데이터까지 계측하여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세밀한 경기 분석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반칙 등 편파 심판의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요즘 이런 유비쿼터스 스포츠 기술이 웰빙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센서가 부착되어 있는 나이키 신발과 그 센서와 무선통신하는 아이팟이 그것이다.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이 자동으로 계산돼 아이팟에 기록되고, 이를 컴퓨터와 연결하면 더욱 체계적인 나만의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꿈★은 이루어진다’며 식지 않은 열정으로 보낸 2002 월드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제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정보기술(IT)로 무장되고 훈련된 우리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전해 고유가·고물가 등으로 심신이 지친 국민에게 시원한 단물을 선사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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