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비난 소리없는 프랑스 파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프랑스의 파업열풍이 오늘로 17일째를 맞고 있다.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에 반대하는 근로자와 시민.학생들이대거 참여하고 있다.8일에는 100만명의 시위인파가 파리시내를뒤덮었다.
이번 파업에는 철도.버스등 대중 교통수단을 비롯해 전기.통신.우편.병원.학교등 거의 모든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시민들의 생활은 이미 불편한 정도를 넘어섰다.절반이 넘는 중소기업들은 아예 문을 닫아 경제에도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을 보는 파리시민들의 마음은 별로 들떠 있는 것 같지 않다.파업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이들의 입에서는 파업 자체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파업도 국민의 기본권중 하나라는 인식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정부가 국민들의 복지제도를 축소하고,세금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의 파업은일리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모든 사안에는 서로 다른 의견과 입장이 존재한다」는 데서 출발한다.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법의 테두리내에서 그것을 표출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민주사회의 성숙도를 다른 측면에서 읽게 하는 모습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법으로 보장돼 있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도 시민들의 불편이나 경제에의 악영향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한다는 생각들이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웬만한 기업이 태업이라도 벌이면 언론들은 경제를 뒷전에 팽개친 행동이 라고 질타한다.대중교통 같은 공공부문 파업은 말만 나와도 쏟아지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남의 행동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재단하는 데서 비롯된 모습이다.굳이 파업문제가 아니더라도 남을 나같이 존중하는 사고가 사회의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심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