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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의현장>8.로마린더병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초미립자(超微粒子)로 암세포를 파괴하라」.
1990년 세계최초로 인류에게 선을 뵌 로마린더병원 첨단 프로톤가속기의 설립모토다.8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레온 레더만박사를 비롯한 美페르미국립입자가속기연구소 연구진이 직접 제작에참여한 로마린더 프로톤 가속기엔 美의회의 지원아 래 8,500만달러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지름 6,무게 400 규모의 속이 빈 진공자석 8개로 구성된프로톤 가속기에선 100만분의 1㎝를 다시 1,000만분의1로나눈 초미립자 고에너지 프로톤(양성자)이 광속(光速)으로 방출된다.이들의 임무는 인체 깊숙이 숨어있어 수술 칼의 접근을 불허하는 암세포와 직접 충돌,이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로마린더병원 프로톤가속기센터의 릴리아 로레도교수는 『대뇌 깊숙이 위치한 뇌종양이나 안구속에 발생한 흑색종등 외과적 수술이어려운 두경부암이 가장 중요한 치료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전립선암도 주요 치료대상으로 매일 2분씩 6주간 프로톤을 쬐어주는 것만으로 수술없이 완치가능한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외래치료전용으로 통증이 없고 간단하며 비용 또한 비교적 저렴해(전립선암의 경우 3만~5만달러)미국 전역에서 매일 100여명의 환자들이 몰려온다.정밀성과 무해성(無害性),강한 침투력은 프로톤 가속기의 최대장점.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안전하며 조사(照射)부위조절이 0.5㎜로 매우 정밀하고 조직을 통과하는 침투력 또한 기존 감마선이나 엑스선보다 서너배 이상 뛰어나다.
문제는 설립초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며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한 위암이나 간암.자궁경부암 등에선 아직 기존 수술치료법보다우월한 효과를 입증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그러나 이들 암 역시 전신으로 전이되지 않고 덩어리로 작게 뭉쳐 진 초기단계라면 프로톤가속기치료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로레도교수의 설명이다. 막대한 설립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미 프로톤가속기를 도입한 일본은 물론 독일.대만.스위스등이 도입을 추진중이며 하버드의대병원에서도 98년을 목표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프로톤가속기 설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UC버클리大 주동일(朱東日)박사를 초빙,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프로톤 가속기 도입을 한때 추진하기도 했으나 투자비용에비해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좌절돼 안타까움을 더 해 주고 있다.
LA=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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