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제로(0)인 상품이 등장했다.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삐삐의 권장소비자값은 보통 개당 1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 있지만 한국이동통신.나래이동통신 등의 대리점들은 소비자들에게서삐삐값을 받지 않는다.
삐삐이용자는 물론 가입비와 월사용료 등은 낸다.자본주의 체제에서 공짜상품이란 있을 수 없지만 삐삐의 경우 소비자에게서 가입비와 월사용료 등만 받아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공짜상품이 됐다.
현재의 삐삐 유통과정을 따라가 보면 우선 삼성전자.LG전자.
모토로라 등의 메이커가 생산한 삐삐(국지서비스용)는 공장도값이4만5,000~7만7,000원,권장소비자값은 10만원 안팎이다. 한국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이들 삐삐제조업체로부터 공장도가격 또는 할인가격으로 구입해 자사 특판팀 또는 대리점을통해 삐삐 이용고객,즉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대리점에 삐삐를넘겨주는 가격은 「0」다.
특판팀 또는 대리점은 역시 소비자들에게 삐삐를 공짜로 나눠준다.소비자들로부터 세금 등 제(諸)비용으로 9,000원 전후를받기도 하나 무료로 나눠주는 게 대부분이다.대신 가입비 2만6,400원(보증금 2만2,000원,장치비 4,4 00원)을 받는다.가입비를 낸 삐삐사용자들은 월사용료로 8,000원을 매달낸다. 대리점 또는 특판팀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가입비와 월사용료를 수금해 통신서비스업체들에 넘겨준다.그대신 대리점들은 4개월후 나래이동통신.한국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로부터 가입자 1명당 월사용료 8,000원의 10%에 해당하는 8 00원을 매달 받는데 이것이 수입이 된다.가입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그만큼 수익이 올라가는 셈이다.
결국 삼성.모토로라 등 삐삐메이커들은 4만원 안팎에 물건을 팔고 한국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은 돈을 주고 사온 제품을소비자에게 공짜로 주는 대신 가입비와 월사용료로 수지를 맞추는형태로 삐삐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동통신이 독점하던 무선호출사업에 93년부터 나래 등 제2이동통신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업체간 치열한 고객확보전이 전개되며 나타난 현상이나 현재의 삐삐가입비와 월사용료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기도 하다.
김시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