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사용료로 收支 맞춘다-'공짜 삐삐'유통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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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격이 제로(0)인 상품이 등장했다.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삐삐의 권장소비자값은 보통 개당 1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 있지만 한국이동통신.나래이동통신 등의 대리점들은 소비자들에게서삐삐값을 받지 않는다.
삐삐이용자는 물론 가입비와 월사용료 등은 낸다.자본주의 체제에서 공짜상품이란 있을 수 없지만 삐삐의 경우 소비자에게서 가입비와 월사용료 등만 받아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공짜상품이 됐다.
현재의 삐삐 유통과정을 따라가 보면 우선 삼성전자.LG전자.
모토로라 등의 메이커가 생산한 삐삐(국지서비스용)는 공장도값이4만5,000~7만7,000원,권장소비자값은 10만원 안팎이다. 한국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이들 삐삐제조업체로부터 공장도가격 또는 할인가격으로 구입해 자사 특판팀 또는 대리점을통해 삐삐 이용고객,즉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대리점에 삐삐를넘겨주는 가격은 「0」다.
특판팀 또는 대리점은 역시 소비자들에게 삐삐를 공짜로 나눠준다.소비자들로부터 세금 등 제(諸)비용으로 9,000원 전후를받기도 하나 무료로 나눠주는 게 대부분이다.대신 가입비 2만6,400원(보증금 2만2,000원,장치비 4,4 00원)을 받는다.가입비를 낸 삐삐사용자들은 월사용료로 8,000원을 매달낸다. 대리점 또는 특판팀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가입비와 월사용료를 수금해 통신서비스업체들에 넘겨준다.그대신 대리점들은 4개월후 나래이동통신.한국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로부터 가입자 1명당 월사용료 8,000원의 10%에 해당하는 8 00원을 매달 받는데 이것이 수입이 된다.가입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그만큼 수익이 올라가는 셈이다.
결국 삼성.모토로라 등 삐삐메이커들은 4만원 안팎에 물건을 팔고 한국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업체들은 돈을 주고 사온 제품을소비자에게 공짜로 주는 대신 가입비와 월사용료로 수지를 맞추는형태로 삐삐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동통신이 독점하던 무선호출사업에 93년부터 나래 등 제2이동통신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업체간 치열한 고객확보전이 전개되며 나타난 현상이나 현재의 삐삐가입비와 월사용료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기도 하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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