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설’ 들은 박근혜 “에이, 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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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일 서울 국립 현충원 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분향한 뒤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당내 재선 이상 친박 의원들 간의 오찬 회동이 열렸다. 총선 이후 첫 만남인 데다 친박 인사 복당 문제도 어느 정도 매듭을 지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10년 만에 되찾은 정권이 출범 100일 만에 위기를 겪고 있는 데 대한 걱정들도 오갔다. 이때 한 참석자가 ‘박 전 대표 총리설’을 입에 올렸다. 그는 “외부 사람들을 만났더니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건 ‘박근혜 총리 카드’밖에 없다고 하더라. 참고하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에이, 뭘”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총리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쇠고기 파문으로 추락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전면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박 전 대표의 총리 기용이라는 게 요체다. 이는 ‘박근혜 해결사론’이기도 하다.

한 친박 인사는 6일 “최근 친이 인사 몇 명을 만났는데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위기 해결을 위해 총리든, 당 대표든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더라”며 “아직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박 인사인 김학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박 전 대표 총리설에 대해 “(친이, 친박) 양쪽이 과거의 불만과 감정을 털어버리고 화학적 결합을 이룬 다음, 청와대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말은 친박 진영의 전반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정부 출범 때에 이어 다시금 총리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일단은 청와대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리직이 제안된다면’이란 가정에 대한 반응은 지난번과 다소 달랐다. “총리직이 박 전 대표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난국 타개를 위해 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측근들이 많아졌다. 한 측근은 “현 상황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현 정부의 성공뿐 아니라 보수 세력 전체의 성패가 좌우될 만큼 위기 상황”이라며 “청와대가 진정성을 갖고 제안한다면 이번엔 아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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