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사학계 태두 김석형의 아들·손자, 민족사 연구 대물림 3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북한에 3대에 걸친 역사학자 집안이 탄생해 화제다. 북한역사학계의 태두(泰斗)인 김석형(金錫亨.(右)) 전 사회과학원장(1915~96)과 그의 둘째 아들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강좌장(학과장) 김은택(43.(左)) 부교수, 그리고 지난해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에 입학한 김근일(18) 학생이 주인공. 특히 지난해 역사학부 강좌장에 취임한 金교수는 올해 들어 중국의 '고구려사 중국사 편입' 움직임을 비판하고 일제의 문화재약탈 등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강도 높게 요구하는 등 북한 역사학계가 벌이는 '중국.일본의 역사왜곡 비판'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시대가 전공인 그는 북한역사학계의 첫 30대 박사로 유명하다. 지난 달 25일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서 열린 '일제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 남북공동학술토론회'에서 만난 金교수는 "아버님께서도 1960년대 중반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등 일제의 식민사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초기조일관계연구'를 발간해 일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제가 이어받아 일본의 역사왜곡을 반박하는 일을 맡게 돼 감회가 깊다"며 부친에 대해 큰 자부심을 보였다.

그의 부친인 金전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1939년 경성제국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후 46년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와 부총장, 사회과학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제3~9기)을 역임한 북한역사학계의 산증인이다. 60년대에 나온 그의 박사논문 '조선봉건시대 농민의 계급구성'과 '양반론','초기조일관계연구'는 남쪽 역사학계에서도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대를 이은 역사연구는 손자대로 이어졌다. 이미 소학교(초등학교)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역사학박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던 金교수의 둘째아들 김근일이 지난해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에 입학한 것이다.

정창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