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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돌아온 부동산 재벌 폴 라이히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몰락했던 세계 부동산업계의 큰손 폴 라이히만(65)이 돌아왔다. 헝가리출생 유대인인 그는 형제들과 함께 과감한 투기를 밑천삼아 단숨에 부동산재벌로 올라섰지만 3년전 파산과 더불어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10월들어 유럽 재계는 귀를 의심할만한 소식에 접했다.라이히만이 파산과 더불어 13개 은행채권단에 넘겼던 유럽 최대 빌딩타운 카나리 워프를 12억달러에 재인수한다는 것이다.
카나리 워프는 라이히만 최대의 야심작이었다.황폐해진 런던 항구 지대에 들어선 49층 높이의 이 대형건물은 착공때만 해도 유럽 최대의 오피스타운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완공만 되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당초 라이히만은 70억달러를 투입,36만평에 이르는 카나리부두지역에 20동의 빌딩을 세워 초현대 오피스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자금조달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세제지원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던 대처 전총리가 물러나고 90년초부터 부동산경기에 찬바람이 불면서 라이히만의 꿈은 깨지기 시작했다.
카나리 워프는 최고의 시설과 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임대가 부진했다.
시내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가 결정적이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지하철연장 공사마저 정부의 예산부족으로 무기한 보류됐다.그는 드디어 두 손을 털었다.
그러나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그럴수록 부동산황제라는 오기가 발동했다.92년엔 5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해 카나리사업권에 재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된 그의 끈덕진 재기노력은 드디어결실을 맺었다.세계의 돈줄인 사우디 알왈리디왕자를 끌어들인 그의 막판 승부가 빛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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