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정신 전파 … 인류 평화에 기여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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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정원(61·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도전한다. 국제 스포츠단체의 수장 자격으로 지난해 11월 IOC 위원 후보자 심사위원회에 서류 신청을 했고, 다음달 4일 열릴 IOC 집행위원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8월 IOC 총회 투표에 부쳐지며, 여기서 과반수 득표를 하면 IOC 위원이 된다.

24일 서울 삼성동 연맹 사무실에 그를 만났다. IOC 위원에 도전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태권도를 통해 인류 평화에 이바지하고,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영구히 남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태권도 단증도 없고 학자 출신인 그가 태권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1972년 미국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지인과 함께 현지 태권도장을 찾은 그는 깜짝 놀랐다. 콧대 높은 미국인들이 태극기 아래서 ‘차렷, 경례’ 등 우리말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우리 국기인 태권도야말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이다. 기회가 되면 태권도의 세계화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다짐했다.

83년 경희대 기획실장을 맡은 그는 국내 대학에선 처음으로 태권도 학과를 설치했다. 당시 학교 내부는 물론 당시 주무부서였던 문교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태권도 학과가 생기면 축구학과·농구학과도 만들어야 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64년 도쿄올림픽 뒤 일본 대학들은 유도학과를 만들어 유도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우리의 자랑인 태권도 역시 학문적으로 키워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반대론자들을 설득했다.

그의 뚝심 덕분에 현재 태권도학과는 국내 70여 대학에서 정식 학과를 개설할 정도로 일반화했다. 그는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맡은 뒤 발로 뛰는 외교로 회원국을 175개국에서 188개국으로 늘렸다.

이처럼 외형적으론 상당한 성장을 했지만 그의 고민은 깊다. 태권도가 ‘단조로운 공격으로 재미나 박진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판정 시비도 골치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래서 조 총재는 판정 실수를 줄이기 위해 1년에 세 차례씩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심판의 숙련도를 높이고 공격 부위별 차등 점수제를 확대해 태권도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바꿔 놓을 계획이다. 40여 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태권도평화봉사단’을 창단,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저개발 국가에 파견해 한국의 문화를 알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글=김현승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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