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대형경제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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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현재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긴 하나 등장인물.금액면에서 건국후 최대 사건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82년의 이철희(李哲熙).장영자(張玲子)부부 어음사기사건이 규모면에서 최대사건으로 꼽혀왔으나 이번 사건은 전체 금액이나 등장인물들 면면이 벌써 李.張사건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액면에서 盧전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은 80년대 李.張사건의 자금조성액을 훨씬 넘는다.앞으로 검찰 확인수사를 거쳐야겠지만 盧씨가 밝힌 정치자금 총액이 5,000억원이어서 李.張부부가 어음할인을 통해 조성한 1,801억원의 2 .5배에 이른다.
또 83년 명성그룹 사건때 김철호(金澈鎬)씨가 상업은행 혜화동지점의 김동겸(金東謙)대리를 통해 수기통장을 만들어주고 조성한 금액도 1,066억원 수준이다.
92년7월 발생한 정보사 땅사기 사건때 정건중(鄭健重)상무건설회장등이 정보사 땅을 미끼로 가로챈 금액 역시 660억원정도였다. 이와함께 이번 사건은 등장인물면에서도 다른 사건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와 사법처리가 예견되고 있어 다른 사건의 추종을 불허한다.
검찰의 전직 대통령 조사는 명동성당사건때 윤보선(尹潽善)전대통령에 대해 방문조사한 적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현우(李賢雨)전대통령경호실장이 검찰 수사가 시작된지2일만에 검찰에 출두했으며 정치자금 조성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용만(李龍萬)전재무장관.이원조(李源祚)전의원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자금조성경위및 성격 규명을 위해 盧전대통령에게 돈을 준 기업인들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기업인들도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92년 수서사건때는 홍성철(洪性澈)전청와대비서실장.이승윤(李承潤)부총리와 5명의 장관급 인사등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이원배(李元拜)의원등 5명의 의원이 기소됐다.
93년5월의 슬롯머신사건 역시 공직자중 기소된 사람은 박철언(朴哲彦)전의원과 이건개(李健介)전대전고검장.엄삼탁(嚴三鐸)전병무청장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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