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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국민 또 속인 盧씨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22년전 백악관의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상대방 선거진영을 도청한 것)을 조사하는 특별검사 콕스를 전격적으로 해임했다.그것은 자신이 사건의 은폐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감추려한 조치였다.
닉슨은 검사를 해임하고 집무실 녹음테이프(은폐의 증거)의 제출을 거부했다.
그런 위선적인 행동이 의회와 국민의 분노의 감선(感線)을 건드렸다.74년 8월8일 닉슨은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했다.
그가 일찍 서둘러 솔직하게 사건을 시인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했다면 그는 사임이라는 비극으로까지는 치닫지 않았을 것이다.미국인이 그를 버린 것은 부하들이 행한 도청이라는 잘못보다 국민을 속이려 한 죄 때문이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27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가까이서 지켜본 사진기자들이 『눈에 눈물이 고였다』『아니다.눈물이없었다』며 논쟁을 벌이고는 있지만,어쨌거나 그는 오른손으로 왼쪽 눈을 훔치면서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8일전 盧씨는 측근을 통해 박계동(朴啓東)의원의 폭로를 공박했다.『전혀 아는 바 없다』『우리와는 무관』『면책특권이 있는 의원이라고 이렇게 명예훼손을 해도 되는가』『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등등 항변(抗辯)은 끝이 없었다.
대국민사과에서 盧씨는 무엇보다도 이 거짓을 사죄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아무 관계가 없다던 일이 왜485억원이 되었는지,485억원밖에 없다던 돈이 왜 1,700억원이 되었는지에 대해 그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 다.
사태 초기부터 그는 『나는 모른다』며 국민을 속였다.그래서 국민은 그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어떤 사람들은 그의 눈물에 대해서 마저 『노회한 인간의 극적인 쇼』라는 의심을 감추지 않는다.혹자는 『먹이를 삼킨 악어의 눈물』이라고도 표 현한다.
닉슨은 사임으로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그러나 盧씨는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다.여차하면 그는 영어(囹圄)의 몸이 될 판이다.
그가 국민의 용서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마지막인 길은 더이상 거짓말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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