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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비자금>5.남편보다통컸던 청와대안방마님 씀씀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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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는 말이 있다.부부는 급할때 서로 네돈 내돈없이 융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이 말을 뒤집으면 부인도남편과 별도 돈주머니를 찬다는 뜻이다.
3공 청와대에서는「안방 비자금」이 없었다는게 근무경력자들의 말이다.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은 자신이 금고를 직접 챙겼다.부하에게도 맡기지 않았다.처가쪽 인사의 등용도 최대한 배제했다.
정규 육사 출신들이 권좌에 오른 5,6공에서는 양상이 사뭇 달랐다. 5공청산이 한창일 때 6공측 인사들은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부인 이순자(李順子)씨를 「영동 빨간바지」로 표현했다.이씨가 직접 이재(理財)에 나선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
노태우(盧泰愚)대통령시절도 양상은 비슷했다.우선 노 전대통령때는 국가주요 대사의 대부분이 친인척 회의에서 결정났다.91년가을 김영삼(金泳三)민자당 대표를 차기 대권주자로 인정하는 최종 결정은 청와대 친인척 회의에서 내려졌다.
처남인 김복동(金復東)의원,동서인 금진호(琴震鎬)장관,처고종사촌인 박철언(朴哲彦)씨등이 참석자다.이 인사들은 모두 부인 김옥숙(金玉淑)씨의 처가쪽 인척들이다.
6공의 비자금과 관련해서도 안방을 둘러싼 얘기가 많다.민주당4,000억원 진상조사위는 아예 6공 비자금의 5대 채널중 하나로 청와대 안방마님이었던 김씨를 직접 지목하고 있다.
한 청와대비서관은 92년 퇴임을 즈음해 노 전대통령으로부터는200만원,김씨로부터는 300만원의 전별금을 받았다고 회상했다.바깥채보다 안방의 씀씀이가 컸다는 반증이다.
씀씀이가 있으려면 수입도 있어야 한다.6공 청와대의 한 목격자는 김씨가 생일같은때 재벌회장 부인들로부터 상당한 분량의「선물」을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재계에서는『영부인 생일선물은 금송아지정도가 아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선물이 오간뒤 자연스레「부탁」이 있었다는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김옥숙씨는 비자금 조성뿐만 아니라 관리측면에서도 구설수에 올랐다.민주당 박석무(朴錫武)의원은 91년 국정감사에서 수서사건의 장병조(張炳朝)전청와대비서관을 청와대 안방자금 관리인으로 지목했다.
민주당 진상조사위의 한 의원은 6공 비자금중 안방 자금의 비중을 20~30%로 추산했다.
현재까지 존재가 확인된 700억원에 대입,계산하면 최소 150억~200억원이라는 얘기다.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노 전대통령 자녀들의 경우에서 김씨의 자금 규모를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딸인 소영(素英)씨는 92년 미화 20만달러를 신고없이 반입하다가 미국공항에서 곤욕을 치렀다.
소영씨는 이 돈을 시아버지 회사인 선경으로부터 송금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김씨가 용돈조로 준 돈이라는 얘기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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