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北美합의 1년 무엇을 남겼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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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수로협상=합의문에 지난 4월21일까지 체결키로 한 경수로공급협정 협상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미국은 경수로 공급에서 재정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북한과 양자대면을 하기보다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협상 창구로 삼고 있다.또 북한은 경수로 설비외에관련 부대시설 추가공급.상환방법 등을 둘러싸고 실리를 확보하기위해 애쓰고 있다.
재정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미국과 추가지원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은 자칫 한국의 재정부담 증대 압력이 커지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경수로공급협정 체결 여부는 기본합의문 이행일정 전반에 영향을준다는 점에서 기본합의의 여러 항목중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이다.특히 북한이 공급협정 체결 지연을 이유로 핵동결조치를 해제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은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 다.
이 경우 한반도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으며 지난해 5~6월 대북(對北)제재 논의가 한창일 때처럼 우리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용후연료봉 처리와 핵동결=기본합의문에 규정된 북한의 의무사항중 가장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 부분이다.그러나 북한입장에서 보면 경수로 협상 등에서 강력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여서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지난 4월 콸라룸푸르 북-미 준고위급회담 이후 미국의 전문가팀이 수시로 북한을 방문,사용후 연료봉 보관방법을 개선한 결과북한이 사용후 연료봉의 부식 등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연료봉 재처리 위협을 가해올 가능성을 크게 줄인 것으로 미국은 평가하고 있다.
***연락사무소 개설 미뤄 ◇중유 제공=미국은 지난 1월 자신의 비용으로 대북 중유공급 1차분 5만을 북한에 제공했다.그러나 금년 10월21일까지 선적키로 약속된 올해 공급분 10만의 비용을 KEDO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의 부담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발전용으로만 사용키로 돼 있는 중유를 북한이 산업.
군사용으로 전용했다는 정보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지난 6월 취해졌다.
◇연락사무소 개설 논의=북-미 양측은 이미 연락사무소 개설과관련한 대부분의 실무적인 문제들에 합의한 상태다.그러나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자신의 폐쇄된 사회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북한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해 개설이 늦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이 없음을 들어 북-미간 관계개선을서두르는데 반대하고 있으나 미정부는 북한이 핵동결 약속만 이행한다면 연락사무소 개설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기본합의문에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한 대목은 모호한내용으로 돼 있다.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은 합의문 이행에 따라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이고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이뤄지지 않으면 합의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 논란에서「심판」격인 미국은 사실상 중간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美,남북 중간입장 고수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는 올초부터 북한과 비밀접촉을 진행시켰으며 여기서 쌀지원 등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비밀접촉이지난 6월 베이징(北京)쌀회담으로 표면화돼 대북쌀지원이 성사됨으로써 남북화해 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그러나 인공기 강제게양사건.선원 억류사건.안승운(安承運)목사 납북사건등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급격히 냉각됐다.남북한간 냉기류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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