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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天高馬肥-中 가을은 흉노가 침입하는 공포 계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역사상 중국을 가장 괴롭혔던 이민족은 흉노(匈奴)였다.북방의유목민족으로 어찌나 표한(剽悍)한지 중국도 어찌할 수 없었다.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도 그들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아야 했으며,대한제국(大漢帝 國)을 건설했던 한무제(漢武帝)도 그들에게 만은 속절없이 참패를 당해야 했다. 그들이 강한 것은 뛰어난 기동력 때문이었다.곧 말을 타고떼지어 쳐들어 와서는 살상과 노략질을 일삼은 뒤 바람처럼 사라져버리는 데에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그들이 기나긴 겨울을 위해 식량을 비축할 때면 남쪽의 중국은풍요로운 가을이다.그래서 그들은 중국을 호시탐탐 노렸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하늘은 높고 말은 토실토실 살이 오른다.
이제 그들은 그 건장한 말을 타고 싸늘한 삭풍(朔風)을 등뒤로한 채 남쪽으로 몰아닥친다.당의 시인 두심언(杜審言.杜甫의 조부)은 그들을 막기 위해 북쪽 변경(邊境)으로 출정(出征)하는친구 소미도(蘇味道)에게 한편의 시를 써 주었다.
雲淨妖星落(운정요성락)-구름은 여리고 별은 흩날리는데, 秋高塞馬肥(추고새마비)-가을하늘 드높고 새마는 살찌도다.
사실 天高馬肥라면 당시 중국사람들에게는 공포의 계절이었다.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이 좋은 때를 문화의 계절로 삼고 있다.등화가친(燈火可親)의계절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렇다.바야흐로 책을 읽는 계절이다.이 좋은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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