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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 비례대표 당선자는 사채업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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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 22일자 1면.

"당에 돈 빌려줬다"
어제 22일 아침에 배달된 한 조간신문 1면에 이번 제 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각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사람 중 일부가 "당에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검찰이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수사하자 나온 반응들입니다.
이번 총선 당선인 중 첫 구속자로 기록된 창조한국당 이한정 당선인은 21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당이 하도 어려워 계좌를 통해 당으로 6억원을 넣었다"며 "이는 공천 대가가 아니라 단순하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2일 구속된 통합민주당 정국교 당선인도 "당에서 돈이 부족해 국고보조금이 나오면 갚을 터이니 빌려달라고 해 개인 돈 10억원을 빌려줬다 이자와 함께 돌려받았다"고 주장했었죠.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 당선인 역시 어머니 김모씨가 당에 15억5000만원을 빌려주었다고 합니다. 친박연대 측은 "공천이 확정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양 당선인이 특별당비와 서류심사비로 각각 1억원과 100만원을 냈고, 같은 날 어머니 김씨가 TV, 신문 광고비로 15억5000만원을 당에 빌려줬다"고 해명했습니다.

같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3번 김노식 당선인도 "당에 15억원을 빌려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4명이 억대 이상의 거금을 당에 빌려준 것이죠. 어떤 조건으로 빌려주었는지는 정국교 당선인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정 당선인은 연 5.5%의 이자를 받고 빌려줬다가 며칠 뒤 돌려받았다고 합니다.

정당이 어려울 때 당원의 개인 돈을 잠시 빌려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국교 당선인처럼 개인 돈을 당에 빌려줬다가 이자까지 붙여 돌려받았다면 사채놀이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빌려줬다"는 4명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당에 빌려준 양정례 당선인 측은 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요.

[출처=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양정례 당선인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당시 그의 수중에는 현금 2000만원이 있었을 뿐입니다. 부모 것까지 합쳐도 4000만원밖에 안됩니다. 친박연대 측은 15억5000만원을 양 당선인 어머니 김씨로부터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양 당선인이 지난달 26일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되기 전부터 양 당선인 아버지 양모씨의 계좌에서 거액의 돈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양씨의 계좌에서
수억원씩 여러 차례 인출된 사실을 포착해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이 친박연대로 건너간 돈과 일치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 금융기관 등 빚이 37억원이 있고 현금은 1000만원밖에 없다고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아버지 양씨가 수억원의 돈을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정례 당선자 아버지 소유의 교하읍 잡종지 등기부등본.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양정례 당선인은 지난달 재산 신고때 아버지 양씨의 부동산으로 경기도 교하읍 상지석리 554-oo,554-oo, 554-oo 잡종지 3곳만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바로 옆 554-xx, 554-xx, 554-xx 잡종지 3건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재산을 누락 신고한 것이죠.

6건의 땅을 모두 합치면 면적이 2만5453평방미터(7700여평)에 달합니다. 2007년 1월 현재 공시지가는 1평방미터에 22만6000원으로 총 공시지가는 57억원이 넘습니다. '부동산 갑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을 담보로 많은 대출을 받았더군요.
6건의 땅 중 하나인 554-xx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이 땅과 옆 땅을 공동담보로 2005년 9월 채권 최고액 7억원, 2006년 2월 9억8000만원, 같은 해 6월 28억원, 10월 7억원,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는 23억8000만원을 같은 농업협동조합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습니다. 모두 더하면 채권최고액은 75억6000만원이 됩니다. 금융기관이 근저당을 잡을 때 대출액수보다 높게 잡으므로 실제 대출금은 이보다 적겠죠.

먼저 받은 대출의 근저당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버지 양씨는 아직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산신고 때 양씨는 농협대출금 20억원, 단위조합대출금 17억원이 있다고 했습니다. 빚도 일부 누락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공시지가가 총 57억원인데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75억원이 넘는 것도 금융기관 대출에서 정상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같은 농협조합에서 받았다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양정례 당선자 아버지 소유의 교하읍 잡종지 등기부등본.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한편 이 땅의 취득 과정도 특이합니다.
교하읍 상지석리의 잡종지 6건 중 한 지번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땅은 1997년 4월 '주식회사 대한노인복지회'가 구입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 땅의 소유주 명칭에 '노인복지회'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 마치 복지단체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에 '주식회사'가 붙어있습니다. 복지단체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땅은 같은 달 한국부동산신탁에 신탁되었다 7년 후인 2004년 다시 '주식회사 대한노인복지회'에 귀속되었습니다. 곧이어 5월에 양정례 당선인 아버지 양씨에게로 소유권이 넘어왔습니다.

양정례 당선자 어머니 소유의 서울 대현동 90-xx 건물

이때 '주식회사 대한노인복지회'의 주소지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90-OO으로 양씨의 취득 당시 주소지와 같더군요. '주식회사 대한노인복지회'가 양씨와 관련이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습니다. 나머지 3건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2건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같은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땅은 1997년 '주식회사 대한노인복지회'가 취득할 당시 공시지가가 1평방미터에 6만9000원이었지만 2007년에는 22만6000원으로 3배로 뛰었습니다. 양정례 당선자 아버지의 부동산 취득 과정도 일반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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