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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여성의 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20년에 걸쳐 지속된 물질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여성을 위한 교육및 보건의 문은 급속히 개방됐으나 경제및 정치에 이르는문은 거의 열리지 않았다.』 얼마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는 21세기를 5년 앞둔 시점에서 여성의 위상(位相)을 이렇게 결론짓고 있다.
美 워싱턴에 있는 한 인구문제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경영자나 책임자급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12%, 의원은 11%, 각료는 7%에 불과하다.세계 인구의 절반은 여자다.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참가율,임금에 서의 차별대우로 전세계 근로자 임금중 여성이 차지하는 몫이 3분의 1에 머무르지만 가사(家事),육아(育兒),또는 농사를 비롯한 가내(家內)노동등 보수없이 이뤄지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돈으로 환산하면전세계 총생산 23조달러의 절반 가 까운 11조달러에 이른다.
그러니 여성의 비중과 기여도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현재의 위상이 사회적.제도적 불평등에 의한 왜곡의 결과란 비판이 나오게끔돼있다. 요즘 남성의 권위하락을 빗댄「간 큰 남자」시리즈가 유행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위상은 세계 평균에도 한참 뒤떨어진다.UNDP는 올해 처음으로 여성권한척도(GEM)와 여성개발지수(GDI)를 개발,발표했다.한국은 교육.건강등 인간 개발지수(HDI)평가 요인들이 남녀간에 얼마나 평등하게 적용되는가를 따지는 GDI에서 1백30개국중 37위,정치.경제활동.정책결정과정에서의 참여 정도를 평가한 GEM에서는 1백16개국중 90위였다.
입만 열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최근의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여성공천율이 1%를 밑돌고 국회의원이나 5급이상공무원 또는 과장 이상 기업관리직에서의 여성 비율이 모두 2%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당연스런 자리매김이라 할 수도 있겠다.
『우린 남자들보다 더 잘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못나지도않은 존재라구.』 요즘 공연중인 한 연극의 등장인물이 내뱉는 「당연한」소리는 그런 당연함이 실제론 이뤄지지않는 현실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중국 베이징(北京)에선 곧 1백80여 개국 4만명이 참가하는 세계여성회의가 열린다.이번 회의가 남성과 여성을 대립.종속이 아닌 진정한 보완.조화의 관계로 끌어올리는 전기(轉機)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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