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앞을 보는 日,뒤를 보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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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엔 산하기관 가운데 하나인 유엔개발계획(UNDP)은 매년 인간개발지수(HDI)를 발표하고 있다.
각국의 평균수명과 문자해득률(또는 평균취학년수),실질구매력으로 조정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세가지가 HDI를 결정하는요소다.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종의「복지지수」인 셈이다.
최근 발표된 UNDP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HDI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다.일본에 앞선 나라는 캐나다와 미국뿐이다.꼭 그렇다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이미 일본은 세계최고 수준의 복지국가 반열에 올라있는 셈이다.그런데도 일본은 아직 국가다운「格」을 갖추지 못했다고 아라이 준이치(新井淳一)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편집국장은 개탄한다.패전 50주년을 맞아 그가 니혼게이자이신문 1면에 쓴 칼럼(8월16일字)의 일부를 인용해보면이렇다.『인간에게 인격이 있듯 국가 에는「국격」(國格)이란 게있다.단순히 군사력이 강하다든가 경제력을 갖췄다고 그것만으로 국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거기에 무언가 플러스 될 때 국격이 되는 것이다.…(경제력을 통해)일본은 약간은 존경받는 존재가 됐다.그러나 세계가 인 정하는 국격을 갖추었느냐 하면 아직은 아니다.』 아라이 국장은 일본의 문제가 앞으로 50년안에 진정한 국격을 갖추는데 있다고 주장하면서,국격의 세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첫째는 세계에서 「호감」받는 나라가 되는 것이고,둘째는「힘」을 통해「자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스트롱 앤 드차밍」(Strong & Charming)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얘기다. 그러나 그는 힘보다 매력을 더욱 강조한다.국민 한사람한사람의 개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것이 그가 꼽는 세번째 조건이다.
광복 50주년을 맞아 우리가 싹둑 잘라낸 치욕의 흔적을 앞에놓고 손뼉치고 있을 때,일본은 50년 앞을 얘기하고 있다.우리가「사죄」표명의 강도와 자구(字句)를 놓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을 때 일본은 국경없는 지구촌 시대의 개 성과 매력을 말하고 있다.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그러나 그것은 가슴에 담아둘 일이지 머리로 매달릴 일은 아니다.우리의 HDI는 아직 세계 31위에 불과하다.미래를 향하는 머리가 아쉽다.
裵明福〈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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