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아이들 체력 키우려면 9시간 이상 푹 재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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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체격은 쑥쑥, 체력은 헉헉’. 덩치는 큰데 체력은 허약한 ‘무늬만 튼튼한 어린이’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어린이 체력인증제’를 실시한 결과 비만도는 심각한 반면 유연성과 근력 등 체력은 기준에 훨씬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체력 측정은 앉아서 윗몸 굽히기, 윗몸일으키기, 1000m 달리기, 신체질량지수 등으로 평가한다. 어린이 체력, 어떤 점에 유념하며 키워야 할까.

◇숙면이 중요=성장·발육·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호르몬 분비는 푹 잘 때 가장 왕성하다. 낮 시간의 원기 회복, 뇌에 입력된 정보를 기억하는 기능 또한 수면 중에 일어난다. 학계에서 권하는 어린이 수면 시간은 유치원생 11~12시간, 초등학교 저학년생 10~11시간, 고학년 9~10시간이다. 따라서 늦어도 10시 이전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인터넷 게임에 학원 공부 등은 어린이 수면을 방해하는 흔한 요인들. 이제껏 부모 욕심에, 또 아이의 떼쓰기에 못 이겨 밤 11시 이후 취침 습관이 된 자녀에겐 오늘부터라도 단호한 의지로 수면 시간을 조절해 보자.

숙면을 위해선 어둡고 조용한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예컨대 부모가 마루에서 떠들거나 TV를 보면서 아이에게 잠자리에 들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만일 이런 방법을 한 달간 해도 수면에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어린이에게 흔한 수면장애는 악몽증·야경증·몽유병 등 세 가지다.

◇스트레스 조절=어린이 스트레스는 비만과 체력 저하, 질병 유발과 직결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선 면역 기능이 감소되는 데다 아이들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 쌓인 어린이는 복통·두통·불면증이 잦고 기침·구토·발열 등 증상도 보인다. 병원 검사로도 딱히 원인이 나오지 않더라도 절대 꾀병은 아니다. 이때 해결책은 스트레스 관리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선 아이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특히 본인과 관련된 문제(학원 등)는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자. 만일 아이의 의견에 대해 “애가 뭘 안다고…”라고 무시하거나 “애들은 노는 걸 좋아하니까…”란 식의 반응을 보이는 부모라면 자녀는 복통이나 두통을 자주 호소하는 신경질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꼭 해야 할 숙제 같은 일도 아이가 “하기 싫다” 며 우길 수 있다. 이땐 아무리 화가 나도 숙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아이에게 반복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단 이때 “다른 애들은 당연히 하는 걸 너만 왜 그래”라는 식의 또래 비교 발언은 금물이다. 스트레스에 불쾌감·좌절감까지 가중시킨다.

비만 역시 스트레스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 없이 치료하면 일시적 효과만 보기 쉽다.

◇운동과 놀이 시간=원래 어린 시절은 잘 먹고 실컷 뛰노는 시기다. 어른의 역할은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데 국한해야 한다. “가만히 두면 아이가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논다”는 부모의 반응은 어린 자녀를 자신의 체력과 연령에서 평가한 탓이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어른의 간섭만 없으면 어린이의 대뇌와 소뇌에는 자신의 체력과 건강, 성장과 발달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놀이에는 체력 향상뿐 아니라 사회생활, 문제 해결 능력, 상상력, 지능 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키우는 기능도 있다. 놀이와 체력·학습 등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의학계에선 유치원생은 이 닦고 세수하고 옷 입기, 유치원 등·하원, 방 정리 등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초등학생은 기본적인 자기 관리와 숙제 등 꼭 필요한 일 이외의 시간을 놀이시간으로 할애하는 게 좋다고 보고 있다.

사교육을 받는 아이에겐 저학년 땐 하루 3시간, 고학년 땐 하루 2시간 이상 부지런한 몸놀림이 동반되는 놀이가 권장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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