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You want to drive?” 李대통령 “I drive”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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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마중 나온부시 대통령이 “운전하겠느냐”며 이 대통령에게 운전석을 양보했다. 캠프 데이비드=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보냈다. 18일(현지시간) 오후 도착해 그곳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1박한 뒤 정상회담·기자회견·오찬 행사를 했다. 의전은 격식이 없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두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함께 보내면서 개인적 유대를 넓힌 것 자체가 양국 동맹관계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으며, 특히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한·미관계를 만들어가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캠프 데이비드 韓·美정상, 첫 만남부터 파격

MB, 카트 운전하며 함께 농담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18일 워싱턴에서 헬기 편으로 출발해 오후 4시쯤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했다.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가 헬기 앞까지 걸어나가 맞으면서 두 정상 간 첫 만남이 이뤄졌다. 김 여사를 앞세우고 천천히 헬기에서 내린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영어로 “만나서 반갑다(Nice to meet you)”는 인사말을 건넸고, 김 여사와 로라 여사도 환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두 정상 내외는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받은 후 도열병 사이를 걸어 나온 뒤 사진기자들을 위해 김 여사, 부시 대통령, 이 대통령, 로라 여사 순으로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노타이에 베이지색 상의와 짙은 색 바지 차림이었고, 김 여사는 바지에 운동화를 신어 눈길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하늘색 셔츠에 감색 상의, 검은 바지를 입었으며 로라 여사는 검은 상하의에 연두색 숄을 걸친 모습이었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부터 파격을 선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운전하겠느냐?(You want to drive?)”며 당초 계획과 달리 이 대통령에게 카트 운전을 양보하자 이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내가 운전해도 되나. 하겠다(Yeah! Can I drive? I drive)”고 말한 뒤 운전석에 올라 능숙한 운전 솜씨를 자랑했다. 이 대통령이 운전하는 카트가 취재진 앞을 지나자 부시 대통령은 “그(이 대통령)는 내가 운전하는 걸 무서워한다(He is afraid of my driving)”라고 농담을 던졌으며, 이 대통령도 “그(부시 대통령)가 손님이다(He is a guest)”라고 받아넘겼다. 이어 이 대통령이 운전을 하면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자 부시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훌륭한 운전자(fine driver)”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로라 여사가 운전하는 카트에 올라 안내를 받았다. 이 대통령 내외는 1시간30분가량 캠프 경내를 둘러봤다.

김윤옥-로라 부시 여사. 한·미 양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골프 카트에서 취재진에 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만찬 때 각궁과 MB 이름 든 점퍼 교환

두 정상 내외는 오후 6시30분부터 8시5분까지 캠프 데이비드 내 ‘로렐캐빈’에서 로라 여사가 마련한 메뉴로 저녁 식사를 했으며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에너지, 고령화 문제 등을 주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눴다고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최근 방한해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함께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내외를 언급하며 “그때 청와대에서 부모님이 이 대통령 내외와 찍은 기념사진을 이곳에 전시해 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아버지 부시와의 오찬 환담 내용을 전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부시가(家)의 가족사를 화제에 올렸다. 김 여사는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둘째 딸 제나 부시를 위해 준비한 나무 기러기 한 쌍을 건넸으며, 로라 여사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고려시대 전통 활인 각궁(角弓)을 선물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답례로 이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인 ‘M.B.LEE’가 적힌 가죽 점퍼와 텍사스산 가죽 가방을 건넸다. 김 여사와 로라 여사는 각각 백자 커피잔 세트와 텍사스산 꽃무늬 찻잔세트를 선물로 교환했으며, 로라 여사는 선물을 받은 뒤 환하게 웃으며 “서로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찬에는 미 측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조슈아 볼턴 비서실장 등이 배석했고, 우리 측에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만찬에 앞서 두 정상 내외는 칵테일을 함께했으며,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의 대선 일이 이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만찬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 내외는 이 대통령 부부의 숙소가 마련된 ‘버치캐빈’까지 걸어서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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