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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리 저런 얘기] 계란 푸딩, “또 쿵쿵 뛰면 경찰 부를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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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미운 일곱 살이라고 하지만 어쩜 이렇게도 일곱 살 티를 낼까요? 하는 말마다 “싫어!” “안 해”가 먼저 나오고, 제가 시키는 일을 반대로만 해요. 덕분에 요즘의 하루하루는 전쟁의 연속이랍니다.

얼마 전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또 올라왔습니다. 위층에서 쿵쿵거려 힘들다는 하소연이 그치지 않더군요. 앞으로 한 번만 더 뛰면 경찰을 부르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돌아갔어요. 너무 화가 나 아이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냈지요. 인격적으로 키워 보고자 노력해 왔던 터라 말로 혼내고 다독였는데, 이날은 매까지 들고 말았어요.

엉엉 울고 제 방에 들어간 녀석이 조용해져 들여다보니 잠이 들어 있더라고요. 온통 눈물 자국으로 얼룩덜룩한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창 뛰면서 자랄 나이에 아파트에 집을 얻은 제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안한 마음에 두 시간이나 걸려 계란 푸딩을 만들었지요. 아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거든요. 한창 푸딩을 만드는 중에 아이가 나오더니 “와! 푸딩이다!” 하며 또 쿵쿵 뛰더라고요. 그래도 그렇게 혼나고도 금방 잊고 웃을 수 있는 밝은 아이로 자라 줘서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엄마의 마음을 녀석은 알고 있을까요?

이지원 (37·광주광역시 용봉동)

■ 재료=시럽(설탕 3큰술, 물 1큰술), 달걀 3개, 설탕 60g, 우유 300mL, 버터

■ 만드는 법=설탕과 물을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서 갈색이 될 때까지 가열한다. 이때 저으면 안 된다. 푸딩틀 안쪽에 녹인 버터를 바르고, 완성된 시럽을 얇게 부어 식힌다. 볼에 달걀을 살살 풀어 놓는다. 우유에 설탕을 섞어 살짝 데운 뒤 설탕이 녹자마자 불을 끄고 식힌다. 계란물을 섞어 푸딩틀에 부어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5분간 중탕으로 굽는다. 젓가락으로 찔러 봐 계란물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것. 푸딩을 한 김 식힌 뒤 뒤집어 틀에서 빼내 접시에 담아낸다.


다음 주제는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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