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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 제작 성의부족-대사.배경.소품등 오류 투성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TV프로그램 제작이 너무 무성의하다.방송의 세계화다,위성방송시대다 하며 구호는 거창하고 화려하지만 실상 내부를 들여다보면대사.배경.소품들이 허술하기 짝이 없고 오류투성이다.
시청자들의 수준은 저멀리 앞서 가고 있는데 방송사들은 졸속과무신경의 구태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PC통신등에는 이같은 방송사의 행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MBC 여름방학특집『만화삼국지』는 그중에서도 심한 경우다.일본에서 제작된 이 만화영화는 속도감있는 전개와 사실적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았지만 어처구니없는 오역이 많아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삼고초 려이후 제갈공명의 첫번째 전투로 하후돈의 10만 군사를 화공으로 전멸시킨박망파(博望派)전투가 졸지에 전망파(傳望派)전투로 탈바꿈한다.
관운장이 원술(袁術)과의 전투를 회상하면서『20년전 수춘성에서 표술(表術)과 싸울 때…』라고 하질 않나,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청년장수 마속이 마직(馬稷)이라는이름으로 버젓이 방송된다.드라마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마찬가지다.
KBS『젊은이의 양지』는 80년대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인공들은 시대를 초월해 9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생겨난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MBC『거미』에서도 도로난간을 여기저기 들이받고 절벽으로 추락하던 승용차의 찌그러진 앞부분이 갑자기 멀쩡해지기도 하고 반대편 차선 승용차의 차종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리기도 한다.
한국군 장교와 영어로 정보를 교환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유창한한국말을 구사하는 것도 무성의로 사실감을 떨어뜨린 부분이다.
SBS『장희빈』의 경우 장희빈이 수하에게 『내가 자네에게 총대를 메라고 그렇게 일렀건만…』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조총이등장한 임진왜란이 난지 2백년이 지난 때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시대에 「총대를 멘다」는 표현은 어색하지 않 을 수 없다.
제작예산 및 시간제약 때문이라는 변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앞서의 예 모두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보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부분들이어서 방송사의 무성의.졸속성이 더욱 두드러져보인다.할리우드영화등 영상문화에 익숙한 시청자들 의 높아진 눈은 이제 더이상 안이한 제작태도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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