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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美 잇단 방송합병에 케이블업계도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최근 ABC.CBS 등 미국의 2개 공중파(空中波)TV 재벌이 각각 월트디즈니와 웨스팅하우스에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합병되면서 미국내 케이블TV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사업자(오퍼레이터)인 텔레커뮤니케이션스(TCI)의 피터 바튼 프로그램담당부장은 이번 합병바람이 한바탕 몰아친 직후 새로운 영화제작사와 제휴를 추진할 뜻을 비췄다.크고 작은 상당수 케이블업자들도 이러한 자구책을 신 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류에 편승한 마구잡이식 제휴는 금물이다.사실 빚이 많은 케이블업체들이 프로그램 제작업체를 선뜻 인수할 만한 자금여력이 있을 리 없다.게다가 변변한 인수대상 기업들 역시 여러 경영부실 요인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케이블업계가 프로그램 제작업체와 손잡지 않을 수도 없는 형국이다.월트디즈니는 ABC를 손에 넣음으로써 자체 유선채널을 확보할 것이고 기존 유선채널의 시청수요를 상당부분 잠식할것으로 보인다.게다가 월트디즈니는 최근 케이블사 업의 경쟁업체인 대형 전화회사들과도 활발히 상담을 벌이고 있다.바로 벨사우스.아메리테크.SBC 등 3개 회사인데 이들과 전화유선을 통해프로그램을 상호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월트디즈니의 ABC인수가 기존 케이블산업에 이득을 주는 면도있다.우수한 오락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막강한 디즈니 제작진이케이블진영에 본격 참여함으로써 케이블TV 시청자가 비약적으로 늘 것이 뻔하고 이럴 경우 기존업체들에도「떡고 물」이 떨어지지않겠느냐는 기대다.현재는 미국 TV수상기 보유자중 60% 정도만 케이블TV 가입자지만 디즈니 같은 「흥행사」가 뛰어들면 이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이점은 케이블산업 자체가 본래 독점적이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워싱턴 정부에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미디어업계의 저명한 투자가인 마리오 가벨리는 『왜 공룡 같은케이블산업이 反독점 입법대상에서 제외되느냐는 비 판이 있어 왔지만 이제 그런 목소리는 쑥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케이블업계는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 공급자와 상당히 깊은유대를 맺고 있다.CNN.QVC 등 미국의 14개 대형 케이블네트워크 지분은 케이블사업자들이 전부 또는 일부 소유하고 있다. 거대방송재벌이 된 디즈니나 웨스팅하우스의 공격에서부터 지역군소TV회사들과의 비디오서비스 경쟁에 이르기까지 케이블업계는 사면초가(四面楚歌)국면이다.보다 참신한 프로그램 제작업자들과의긴밀한 제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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