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됐던 한·미 쇠고기 협상이 재개된다. 그간 쇠고기 문제에 발목이 잡혔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범위를 결정하는 수입위생조건 협상을 11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우리 대표로는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 7명이, 미국 대표로는 엘렌 텁스트라 농업부 차관보 등 9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협상은 지난해 10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가 발견되면서 검역이 전면 중단된 이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을 유지하는 대신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후 미국 측이 동물성 사료에 대한 규제 조치를 강화할 경우 모든 연령의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우병 원인물질이 포함될 확률이 큰 SRM 부위의 개방 폭도 관건이다. 지금까지 철저히 수입을 막았던 뇌·두개골·척수·척추 등의 SRM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줄곧 “연령·부위 제한 없이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OIE의 권고지침에 따르면 ‘광우병위험통제국’의 쇠고기는 나이와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교역할 수 있다. 미국은 또 “쇠고기 시장 개방 없이 FTA 비준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해 왔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협상에선 우리 측이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적지 않은 양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 의회에 영향력이 큰 미국 축산업계의 지원사격을 받아 비준안 통과 전망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지난 2월 한국 특파원들에게 “쇠고기 문제가 해결됐다면 한·미 양국은 벌써 6~8개월 전부터 의회에서 비준동의안 통과 준비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우리도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FTA 비준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 정인교(경제학)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미국 측의 요구를 완전히 들어주진 않아도 현재의 교착상태는 상당히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