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성화 해외봉송 폐지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자 3명이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시 금문교의 지지 철선을 타고 올라가 중국의 티베트 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자유 티베트’라는 문구가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성화의 해외 봉송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IOC는 이번 주 베이징에서 차기 올림픽부터 해외 성화 봉송을 하지 않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6일(현지시간) 런던, 7일 파리에서 봉송되는 도중 인권단체 등의 티베트 사태 관련 시위로 서너 차례 불이 꺼지는 등 심각한 진통을 겪자 일부 IOC 위원 사이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됐다. 케반 고스퍼 IOC 위원은 이날 “(시위대가) 중국에 대한 증오를 올림픽 성화에 쏟아 놓았다”며 “정말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성화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프랑스 정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9일(현지시간) 성화가 도착하는 미국도 긴장하고 있다. 자칫 성화 경호에 실패해 프랑스와 같은 비난을 듣지 않을까 해서다. 특히 성화가 지나가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주민의 3분의 1이 아시아계여서 티베트 사태 외에 파룬궁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봉송이 최대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긴장한 미국=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9일 오후 1시(한국시간 10일 오전 5시) 매코비 코브에서 성화 봉송 개막 행사를 연 뒤 저스틴 허먼 플라자까지 9.6㎞를 달리는 봉송 일정을 이달 초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 봉송 반대를 외치는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티베트를 위한 100인 위원회(C100)’는 시내 곳곳에 “티베트를 위해 궐기하자. 중국의 피로 물든 성화에 ‘아니오(No)’라고 말하자”라는 내용의 벽보를 붙이고 있다. 이들은 8일 오후부터 ‘티베트인들의 자유 성화’ 봉송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봉송 행사 당일 수백 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성화를 보호하는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26일 성화를 맞이할 일본 나가노(長野)현 나가노시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가노현의 성화 봉송 구간은 관광 명소인 젠코지(善光寺)에서 나가노 올림픽경기장 사이 18.5㎞ 구간이다. 현지 경찰은 티베트 시위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인권단체의 시위나 중국 정부가 불법화하고 있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나가노시 집단 방문 등의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 인근 뉴델리와 호주 캔버라 등을 지날 때도 거센 항의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난 중국=중국은 성화가 7일 파리에서 수모를 당한 데 대해 프랑스에 노골적인 불쾌함을 표시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8일 산하 국제 전문 일간지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성화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뒷면 전면 기사로 구성된 특집 기사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인권·자유·평등의 원조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11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100억 달러 이상의 구매 협상을 챙겼으면서도 티베트 사태가 터지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 시사 등 앞장서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서울=박경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