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 더위이기는 補身 음식들-개장국.육개장.삼계탕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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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8일은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린다는 중복(中伏). 보통 초복-중복-말복은 열흘 간격으로 찾아오나 올해는 중복과 말복이 20일 간격으로 떨어져 「삼복더위」가 한달씩이나계속될 전망이다.
옛 조상들은 이같이 기승부리는 무더위를 이열치열(以熱治熱)로이겨냈다.여름엔 더위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이 떨어지므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며 식중독에 걸릴 위험도 크다.
펄펄 끓인 뜨거운 음식으로 땀을 흠뻑 흘리며 더위를 식히는 풍습은 매우 과학적인 피서법인 셈이다.
궁중요리전문가 한복려(韓福麗.궁중음식연구원장)씨는 이열치열의복중 음식으로 개장국과 육개장.삼계탕.생선매운탕.호박밀전병 등을 꼽는다.보신탕으로 불리는 개장국은 혐오식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소화가 매우 잘 되고 풍부한 영양가를 자 랑하는 음식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국 상고시대부터 복날 제사음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예기(禮記)나 주역(周易)에도 나와 있는데 화(火)기가 극성인 때 이를 꺾어주는 역할을 개고기가 한다고.
일반서민들이 개장국을 먹을 때 양반들이 먹었다는 육개장은 소고기를 결대로 찢어 개장국처럼 맵게 끓인 것.파와 고춧가루를 많이 넣고 은근히 오래 끓여주면 단맛이 난다고 韓씨는 귀띔한다. 무게가 5백g정도 되는 영계에 찹쌀.인삼.대추.밤.마늘 등을 넣고 푹 끓인 삼계탕도 대표적인 복음식.닭을 오래 고아 건데기는 건져먹고 그 국물에 쌀을 넣고 퍼지게 끓여 먹는 흰죽은인삼 한뿌리와 맞먹을만한 고영양식이다.
생선으로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도 보신음식.시장에 한창인 애호박을 넣고 달큰하게 끓여 먹어도 더위 가시는데는 제격이다.또 호박을 채썰어 묽은 밀가루반죽에 넣고 기름에 부쳐낸 호박밀전병도 선조들이 즐겨먹던 대표적인 복날 음식중 하나다 .
열무김치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냉면,흰콩으로 만든콩국,차게 식힌 과일등은 이냉치열(以冷治熱)의 대표적 음식들.
복중에는 시원한 약수터를 찾기도 하는데 복날 아이들이 멱을 감으면 몸에 살이 붙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금했으며 만일 초복에 목욕을 했으면 중복과 말복에도 목욕을 해야 액막이 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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