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里 核폐기물서 방사능누출 原電 안전관리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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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 고리원전(原電)에서 지난달 중순 자연방사선량의 최고 1백70여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누출돼 원전내 19개 지점이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한전.과기처 등은 최근까지 이같은 방사능 누출사고 사실을 쉬쉬하며 근무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상당수 직원들이 방사능 오염지역을 통행하는 등 방사능 피폭 위험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져 구멍뚫린 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에 비난이 쏟아지 고 있다.
20일 고리원전 직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19일 과기처고리원전 주재관(駐在官)의 일상순시중 폐기물저장고 부근에서 최고 시간당 5밀리렘 안팎의 높은 방사선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일반인의 피폭허용한도를 최고90배 가까이 초과하는 것으로 이같은 환경에서 4~5일만 방사선에 노출돼도 연간 피폭허용 기준치를 넘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기처의 조사결과 이번 방사능 누출사태는 방사성폐기물을밀봉하는 드럼화장치가 낡아 발생한 것으로 폐기물을 관리하는 설비의 노후화와 방사선 안전관리 종사자의 안전관리 의식이 결여된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과기처는 또 이미 1년전부터 서서히 방사능이 이 지역에 누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고리원전측은 이같은 사실을 직원 등에게 계속 감춰오다이달 들어서야 방사능에 오염된 시멘트.아스팔트 등을 파내고 이를 덧씌우기 하는 작업을 시작,21일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처는 유례가 드문 원전내 방사능 누출사건이 발생하자 오는26일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고의 경위.대책 등을논의하고 한전 등의 관계자를 문책할 예정이다.
◇관리실태=과기처 등의 조사에 따르면 고리의 방사선안전관리 종사자들은 방사성폐기물 드럼을 운반하기전 드럼 표면의 오염도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차폐용기에 대해 방사선량률 측정도 소홀히 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점=우선 이번 사고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인 드럼화 설비의 노후화및 관리부실에 대한 예방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들수있다.고리 원전이 이미 가동된지 17년이 넘었음에도 불구,이들설비에 대한 교체나 보수가 없었다.
이때문에 드럼표면에 대한 제염(除染)설비가 없어,표면오염이 돼도 막을 도리가 없었으며 환경방사능 감시기 역시 고정식이어서빈번히 이동되는 방사성폐기물 드럼에 대한 오염측정이 불가능했다. ◇현지반응=부산기장군장안읍 현지 주민들은 정확한 진위파악을위해 21일 이장단 15명이 원전을 방문,격렬한 항의를 벌였다.이날 정기주례모임을 마친 이장단은 『원전이 이같은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온 것은 주민들이 사는 지역에 대한 오염여부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며 주변지역에 대한 역학조사실시를 요구했다.
〈金昶曄.黃善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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