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파란 장미, 한국 우주蘭…화려한 미래산업, 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6호 16면

장미 시장에서는 색깔이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 없는, 독특한 빛깔을 창조해낸다면 세계의 화훼시장을 바로 휘어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한 회사가 파란 장미(사진)를 개발해 선보였다. 다른 꽃에 있는 색소 유전자를 빼내 장미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파란 장미는 만들 수 없다는 육종업계의 통념을 깬 것이다. 당연히 빨강이나 흰색 장미보다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 회사는 내년부터 이 변종 장미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난의 세계에서는 문양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잎에 신기한 줄무늬나 기하학적 도형이 나온다면 고가 미술품 못지않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의 한 재야 육종학자가 2006년 씨앗에 우주방사선을 쬐는 방식으로 돌연변이 난(사진)을 만들었다.

2년이 지났는데도 이 난은 겨우 어린애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밖에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줄기에 뚜렷한 황색 문양이 드러나 있다. 이 우주란이 상용화되면 얼마를 벌어들이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고가 육종 난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거래되기도 한다.

유전자 조작과 우주 육종은 화훼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인 것이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꽃 산업의 변신을 다룬다. 고가 마케팅을 겨냥한 육종산업 말고도 국제적인 플라워 쇼나 테마식물원, 휴양과 레저를 결합한 허브 리조트 산업의 국내외 현황을 살펴봤다. 꽃으로 수백만원짜리 드레스와 수십만원짜리 모자를 만드는 플라워 데코의 세계도 잠시 넘겨다봤다. 공해도시와 소외지역, 버려진 땅이 플라워 쇼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난 사례는 꽃 산업의 미래를 짐작하게 하는 현장이다.

꽃이 큰돈이 되고 고급문화가 되는 세상, 이쯤 되면 화훼를 단순한 농업이 아닌 화훼문화(FC·Flower Culture) 산업이라 불러도 될 듯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